
한때 '제2의 이상화'라 불릴 만큼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4년간 태극마크를 달았고, 18세던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 3,000m 은메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2~13시즌과 2016~17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선 매스스타트 종합 1위를 차지하며 평창 올림픽 메달 후보로 급부상했고, 실제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박수와 환호가 아닌, 논란으로 덮였다. 팀 추월 경기에서 '왕따 주행' 의혹이 제기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같이 뛴 노선영은 한참 차이를 두고 뒤늦게 들어왔는데, 이를 두고 ‘두 선수가 노선영을 따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한 중계방송사 해설진의 발언이 불을 붙였고, 급기야 '김보름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무려 60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그는 "8년이 지났지만 단 하루도 그 일이 떠오르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지금은 이렇게 덤덤하게 얘기하지만요”라고 회상했다. 그때 버틸 수 있었던 건 대표팀 동료들 때문이었다. “이상화 언니, 모태범 오빠, 김민선, 박지우… 그들이 버팀목이었어요.”
다행히, 긴 터널 끝에는 진실이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특별 감사에서 ‘고의성이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고, 허위 주장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특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소송이 진행 중이었는데,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4년 전과 달라진 응원 분위기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원망이 없었을 리 없다. 김보름은 그러나 "안 좋은 감정을 붙잡고 있어 봐야 힘든 건 나뿐이었다. 기억은 지울 수 없고, 과거도 바꿀 수 없으니 '그땐 그냥 그랬구나' 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또 살아가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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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여행처럼 “자신을 솔직 담백하게 보여줄 수 있는 예능에 도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지금까지의 김보름과는 다른 모습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이것저것 준비하고 배우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제가 춤 빼고는 다 잘할 수 있거든요." 웃으며 던진 이 말속에는, 이제야 진짜 자신의 삶을 시작한 김보름의 담담한 각오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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