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시즌3가 거침없이 풀액셀을 밟으며 막을 내렸다. 마지막 에피소드였던 15화와 16화는 말 그대로 브레이크 없는 화끈한 질주였다. 설마 했던 바로 '그 사건'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15화에서 주인공 김도기 기사는 과거 특수부대 복무 시절 각별히 아꼈던 후배, 유선아 상사의 사망 소식을 접한다. 군의 공식 발표는 이랬다. 유상사가 무장 탈영해 북한으로 넘어가려다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
김도기 기사는 이 일이 어디까지나 사적인 문제라고 판단해, 동료들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홀연히 사라진다. 그러나 사건이 예사롭지 않음을 감지한 그는 결국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다시 한 팀으로 뭉쳐 '멸종위기종 검독수리 서식지 조사팀'으로 위장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잠시 택시기사에서 군인 대위로 돌아간 김도기 그리고 동료들. 각고의 추적 끝에 그들은 유상사의 마지막 동선을 따라가다 새 둥지에 숨겨진 바디캠을 발견한다. 그 안에 담긴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훈련을 빙자해 부대원들을 위험에 몰아넣으라는 상부의 불법 지시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없었던 유상사는 그들을 돌려보낸 뒤, 진실을 밝히려다 결국 희생되고 만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그 배후에는 일부 장성급 인사들이 꾸민 치밀한 음모가 있었다. 무고한 군인들의 희생을 빌미로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전국적인 계엄을 선포하려는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종 빌런, 오원상이 있다.
오원상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퇴역한 장성 출신 민간인이다. 그럼에도 그는 현역 장성들과 예하 부대까지 마음대로 움직인다.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다. 시청자로서는 얼마 전 현실에서 목격했던 '채상병 순직 사건'과 '12.3 내란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15화를 보는 동안만 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군대 내 의문사를 다루는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6화에서 본격적으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하자, 현실의 '그 사건'이 자동으로 겹쳐졌다.
그럼에도 과하지 않다. 오히려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모범택시의 세계관 속에 해당 사건을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김도기가 특수부대 교관 출신이라는 설정 역시 서사의 설득력을 단단히 받쳐준다.
촘촘한 각본과 영리한 연출도 큰 몫을 한다. 드라마의 시작과 끝에는 '픽션'이라는 자막이 강조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현실과 겹쳐 보일 수밖에 없다. 사건을 살짝 비틀어 차용한 풍자들은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정확하다.
예컨대 빌런의 이름부터 그렇다. '원상'이라는 이름은 노상원을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여기에 무속 신앙에 빠진 설정까지 빠뜨리지 않는다. 장성급 인사들의 비밀 회동 장소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가 아닌 수제버거집이다.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노골적으로 저항하거나, 최소한 소극적으로 응하는 군인들의 모습도 등장한다.
더 흥미로운 수많은 멸종위기종 중 왜 하필 검독수리였을까 하는 점이다. 알다시피 독수리는 대한민국 해병대의 상징이다. 의도한 장치인지 여부를 떠나, 드라마 속 내란 세력을 '검독수리 조사단'으로 위장한 주인공들이 무너뜨리는 장면은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 ▲ 모범택시의 활약으로 전장이 될뻔했던 곳은 축제의 광장이 되었다 |
| ⓒ SBS (넷플릭스 갈무리) |
그리고 가장 큰 백미는 마지막 위문공연 장면이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다소 뜬금없게 느껴졌을 연출이지만, <모범택시> 시즌3라서 가능했다. 이미 이전 에피소드에서 아이돌 그룹 '엘리먼츠'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엘리먼츠의 공연이 시작되자 참혹한 역사로 기록될 뻔했던 현장은 평화로운 시위의 광장으로 바뀐다. 국가를 파멸로 몰아넣으려던 화포는 하늘을 수놓는 축포가 된다. 아이돌은 노래하고, 응원봉을 든 사람들이 몰려든다. 모범택시에 의뢰했던 이들, 바로 피해자들이다. 그들은 웃으며 함께 춤춘다.
개인적으로 이번 에피소드는 <모범택시> 시즌3 전체를 통틀어 최고라 말하고 싶다. 다른 회차를 보지 않더라도, 15화와 16화만큼은 꼭 보기를 권한다. 잊어서는 안 될 내란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모범택시가 현실에도 존재했다면, 김도기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모범택시 복수대행 서비스'의 의뢰인이 되었을 것이다.
픽션이라 쓰고 논픽션이라 읽게 되는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3. 그동안 택시를 운행하느라 수고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한 명의 시청자로서 고마움을 전한다. 시즌4는 내란 사태가 말끔히 정리된 이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유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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