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주진암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66)가 국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은행의 일부 책임을 인정하며 피해 금액의 약 30%(4억 6083만 8868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은행의 대응 책임을 문제 삼아 손해배상이 일부 인정된 사례로, 고액 비대면 거래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관리 책임 범위를 다시 한 번 짚은 판단으로 받아들여진다.
A씨는 60대 고령자로 2024년 7월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아 약 16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개인 기준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 가운데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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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A씨가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받은 악성 URL 문자,(오)보이스피싱 일당으로 인해 중도해지처리된 A씨의 16억원 규모 정기예금 5개/사진=유지희 기자
피해금은 A씨가 거주하던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었다. A씨는 전세금 16억원을 돌려받은 뒤 주거래은행의 안내에 따라 여러 개의 계좌로 나눠 예치했다.
이후 A씨는 "본인 명의로 카드가 발급됐다", "범죄에 연루돼 있어 주변에 알리면 안 된다"는 취지의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악성 스미싱 메시지에 속아 휴대전화가 원격 조종되는 상태가 됐다. 이 과정에서 A씨 명의의 예금 상품 5개가 단기간에 해지됐다.
A씨는 보이스피싱범의 지시에 따라 나흘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총 15억670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소송에서 "대면으로 가입한 고액 예금 상품이 비대면으로 해지되는 과정에서 은행이 실효성 있는 본인 확인이나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단시간에 다수의 고액 거래가 이뤄졌는데도 문자 확인만으로 절차가 완료됐다"고 주장했다. 또 송금이 이어지는 동안 계좌 거래 정지 조치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은행 측은 "이상 거래를 감지해 피해 가능성을 안내하고 이체를 만류했으나, A씨가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라고 설명하며 거래를 강행했다"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본인 확인 절차와 이상 거래 대응은 모두 이행했다"고 맞섰다. 은행은 피해 의심 문자 발송과 전자금융 거래 제한 조치 등을 취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A씨 측은 법원이 은행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 범위를 일부로 제한한 데 대해 불복해 항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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