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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복 있는 자들' (임대주택 거주자가 주인공인 소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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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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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가난은 행운이 되기도 한다. 엄마는 말했다. 정말 다행이지 않니? 우리가 임대주택에 당첨될 정도로 가난해서.

우리가 당첨된 임대주택은 재개발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임대 아파트였다. 아현역 근처에 있는 방 두 개짜리 신축 브랜드 아파트. 타인의 생활감이 남아있지 않은 곳에 사는 것은 처음이었다. 벽지에 찢어진 부분도, 누런 때도 없었다. 문지방이 깨져 있지도 않았다. 이 집에는 다른 것들이 있었다. 대리석 무늬의 조리대 상판, 30분마다 공기를 순환시켜 주는 환기 시스템, 정해진 시간이면 자동으로 보일러가 켜졌다 꺼지는 난방 같은 것들.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부를 수도 있었다. 아빠가 아무런 재산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덕분이었다.

이 집에서 평생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에는 우리도 언젠가 부자가 되어 이런 집을 사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적금도 들고 학자금 대출도 갚았다. 4년 동안 1,500만 원을 모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출이 그보다 많았다. 아무리 일을 해도 잔고가 플러스가 되지 않았다. 이틀 동안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작업을 하다 회사 수면실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내가 평생 아등바등 일하며 돈을 모아봤자 영원히 이런 아파트를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돈을 모으는 것도 그만두었다. 모아둔 돈을 전부 학자금 대출과 전세 대출을 상환하는 것에 사용했다. 아파트를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아파트에 살기라도 해야 했다. 나는 임대주택에서 최대한 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일반 임대주택은 거주기간이 최대 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거급여 수급자가 되어 계층이동을 신청하면 20년 동안 임대주택에 살 수 있었다. 주거급여 수급자 자격을 잃지만 않는다면.

엄마는 작년에 이모 집으로 세대를 옮겼다. 나는 일 년 내내 중위소득의 43%인 97만 원을 넘지 않는 범위 내의 아르바이트만 했다. 모자라는 생활비는 엄마가 등하원 시터와 가사도우미 일을 해서 벌어오는 것으로 충당했다. 그렇게 주거급여 수급자가 될 수 있었다. 주거급여 수급자가 되니 평생교육바우처도 지급되고 문화지원금이란 것도 나왔다. 그걸로 수영장에 등록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주거급여 수급자가 되니 오히려 이 전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가난한 자들에게 복이 있나니. 엄마는 자주 중얼거렸다. 그 말이 맞았다. 어차피 부자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아주 가난한 쪽이 좋았다.

수영을 마치고 집에 오니 엄마가 언제나처럼 식탁에 앉아 성경을 필사하고 있었다. 베란다 너머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가 시끄러웠다.

“이번에는 다 멀쩡한 거로만 왔어.”

엄마가 냉장고에서 복숭아를 꺼내며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이걸 제값을 주고 먹어야 한다고.

살레마켓에서 할인하는 과일을 주문하면 세 번 중 한 번은 상한 과일이 왔다. 사진을 찍어 고객센터에 문의 글을 올리면 과일값을 환불해 줬다. 상한 것이 아주 일부분이어도 그랬다. 과일을 따로 회수해 가지도 않았다. 이걸 알게 된 후로 나와 엄마는 살레마켓에서만 과일을 시켰다. 쿠폰을 적용하면 마트보다 싸게 식자재를 살 수 있었다.

“됐어. 환불 너무 자주 하면 의심받을 수도 있어.”

- 도입부 -


전문은 아래서 읽을 수 있음

더쿠에서 어떤 댓글 통해서 알게 된 소설임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4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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