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포화도 경고음에도 수술 강행해 119 신고 43분 늦어
간호조무사에 마취 맡기고 투약량 숨기려 진료기록부 위조

[팜뉴스=우정민 기자] 혈액 준비 없이 대량의 지방을 제거한 지방흡입 수술에서 환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집도의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수술 중 과다출혈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여러 차례 드러났지만, 수혈 대비는 없었고 응급상황 이후 119 신고도 40분 넘게 늦어졌다. 재판부는 이러한 대응 과정을 하나하나 짚으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단독은 지난달 9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의사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압수된 증거물을 몰수했다(2023고단6663). 재판부는 프로포폴 투여량을 실제보다 적게 적은 진료기록부 작성과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가 모두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2022년 6월 서울 서초구의 한 의원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D 씨는 복부와 가슴, 엉덩이에서 지방을 흡입해 이마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던 중 사고를 당했다. 당시 체중이 약 65.9kg이었던 피해자의 경우 대량 출혈에 대비해 최소 659ml의 수혈용 혈액을 준비해야 했지만, 수술실에는 혈액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수술 과정도 순조롭지 않았다. A 씨는 통상적인 수면마취 권장량인 시간당 9.9~29.6ml를 크게 넘는 시간당 72.4ml의 프로포폴이 투여되도록 설정했다. 한 번에 5L 이상 지방을 제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미국 관련 단체의 권고가 있었지만, 실제 흡입된 지방의 양은 5.025L였다.
수술 도중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얼굴에 청색증이 나타났지만, A 씨는 수술을 중단하지 않았다. 산소 공급 조치도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 흡입은 계속됐고, 위급한 신호가 나타난 뒤 43분이 지나서야 119 신고가 이뤄졌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저혈량성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사망 원인이 과다출혈이 아니라 지방색전증이라고 주장했다. 지방 흡입 과정에서 지방 덩어리가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현상으로, 예측이나 대응이 쉽지 않은 사고였다는 취지였다. 진료기록부 작성과 간호조무사의 주사 행위 역시 고의나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와 임상 자료를 근거로 반박했다. 부검 결과 피해자는 약 40%에 이르는 혈액 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저혈량성 쇼크에서 흔히 나타나는 소견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프로포폴 사용량이 375ml임에도 수술기록지에는 325ml로 적혀 있었던 점도 함께 제시됐다.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술 시작 약 3시간 20분 만에 혈압과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낮아진 경과는 출혈성 쇼크의 일반적인 진행 양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설령 지방색전증이 일부 영향을 미쳤더라도, 산소 공급과 상급 병원 이송을 지체한 과실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와 관련된 부분도 상세히 들여다봤다. 상담실장과의 통화 녹음 등을 종합하면 A 씨가 실제 프로포폴 투여량을 알고 있었음에도 허위로 수술기록지를 작성한 정황이 인정된다고 봤다. 의사가 입실하기 전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마취제를 투여한 행위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중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회복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됐음에도, 책임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인 점을 엄중히 지적했다. 아울러 D 씨 유족들이 강력한 처벌을 호소하고 있고,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사정까지 종합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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