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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대에 따르면 사회과학대학 한 학과의 전공과목 수업에서 수강생 전원이 F학점을 받았다. 해당 수업은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강의로, 지난 학기 59명의 학생이 수강했다.
강의를 맡은 강사 A씨는 지난해 12월 25일 학생들에게 “일정에 변동이 생겨 일괄적으로 I(미완료)를 부여했고, 1월 2일까지 성적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했지만 2일이 되자 “독감에 걸려 성적 마감이 어렵다”고 다시 공지했다. 결국 마감일이 지나서도 성적을 입력하지 않은 탓에 전체 학생들이 F 학점으로 표시된 성적표를 받게 됐다.

A씨가 맡은 강의 수강생의 성적표. 성적란에 F라고 적혀 있다. 사진 독자
또한 학생들에 따르면 A씨는 성적 제출이 미뤄지는 동안에도 개인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본인의 일상이나 생각을 담은 글들을 여러 건 게시했다. 지난해 12월 29일엔 “아도르노가 옳(았)다”라는 제목의 게시물글 올리고 “아직 한 과목 성적입력이 남았고 다른 할 일도 많지만, 방학 중 〈미학이론〉 새 번역판은 일독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재에 있던 몇 권의 아도르노 입문서를 꺼내 책상에 쌓아 뒀다”고 적었다. 이어 건강 상태를 이유로 성적 제출이 어렵다고 공지한 지난 2일에는 SNS에 미국 음악 채널 MTV 폐국에 관한 의견을 담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흔치 않은 성적 발표 지연 사태에 여러 학생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수강생 B씨는 “두 번이나 성적 발표를 미뤄 수강생 전원이 F 학점을 받게 했다는 점, 또 F 학점이 이미 부여된 후에야 공지를 올렸다는 점에 화가 난다”며 “아플 순 있는데, 이렇게까지 책임감이 없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다른 수강생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성적 입력하는 것보다 책 읽는 게 더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 본부에도 문의했는데 9일까지만 정정하면 문제없다는 식으로 답변해 더 화가 났다”고 했다.
실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 수강생은 “(교환학생) 지원 기간 내에 성적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고, 성적에 맞춰 갈 대학을 알아봐야 한다”며 “이 수업은 최종 성적은 물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도 발표되지 않아 성적을 전혀 가늠할 수 없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좌) 지난 2일 A씨가 학생들과 사용하는 게시판에 공지한 글. (우) 같은날 A씨가 본인의 SNS에 올린 글. 사진 독자
수강생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A씨는 지난 6일 “당황하고 걱정했을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며 “오후 중으로는 성적을 입력하겠지만, 발표가 왜 늦어졌는지에 대해 소명하고 이를 본부 차원에서 확인하는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어야 해 8일 오후나 9일 정오쯤 성적이 공개될 것 같다”고 공지했다.
학과 관계자는 “A씨가 해외에 나가 있는데 독감에 걸려 호흡기 문제를 겪고 있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 마감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면 학생들에게는 미리 성적 발표가 늦어진다고 공지하라고 여러 차례 안내했고, 이미 공지가 다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이상 학교 차원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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