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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국가가 만들고 강제한 ‘노인 무임 수송’, 부담도 국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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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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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62/0000019062?sid=102

 

[Interview]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의 토로

● 노인 비율 4.1% 때 만든 시스템, 20.3% 초고령사회엔 부적절
● 2024년 전국 도시철도기관 무임 수송 손실 7228억 원
● 전기요금 2개월분 연체는 물론 봉급 지급까지 압박
● 베이비부머 세대 본격 노인인구 편입되면 부담↑
● 한국철도공사는 국가가 지원하는데, 도시철도는 왜?
● 노후 전동차 교체에만 5000억 원, 무임 수송 부담만이라도…

 

2025년 12월 10일 부산 부산진구 공사 사옥에서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이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2025년 12월 10일 부산 부산진구 공사 사옥에서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이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중략)

2025년 12월 10일 부산 부산진구 공사 사옥에서 만난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가슴에 배지를 달고 있었다. ‘지하철 공익서비스 정부지원 법제화!’라고 적힌 이 배지는 부산교통공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했다. 이 사장 취임 이후 부산교통공사는 국토교통부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와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잇따라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경영효율화, 비용 절감, 신규 수익원 발굴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펼친 결과였다. 그러나 무임 수송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노력도 의미를 잃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이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
 

전국 도시철도기관 무임 수송 손실 7228억
부산교통공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배지. 최진렬 기자
부산교통공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배지. 최진렬 기자

전국의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모두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데,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

“도시철도 운영에는 전기료·유지보수비·인건비 등 다양한 고정비용이 발생한다. 지난 몇 년 사이 이 비용이 크게 올랐다. 반면 주수입원인 운임은 시민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정책기조 때문에 인상이 어렵다. 부산의 경우 특히 상황이 좋지 않다. 대도시임에도 인구 감소 속도가 빠르고, 고령층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2025년 7월 기준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4.7%에 도달했고, 그만큼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비용을 부담할 인구는 줄어드는데, 교통 복지의 혜택을 입는 인구는 늘어나는 구조다.”

무임 수송 관련 부담이 어느 정도인가.

“부산은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무임 수송 비율은 2024년 기준 34.1%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가운데 가장 높다. 2024년 기준 전국 6개 도시철도기관의 무임 수송 손실은 7228억 원으로, 당기순손실의 58%에 달한다. 2020년엔 4000억 원대였는데, 매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점차 노인인구에 포함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향후 이들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인구에 편입되면 관련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재정압박도 심각할 것 같다.

“2024년 연말에 전기요금 2개월분을 연체했다. 사실 급여를 지급할 여력도 없었는데 막판에 부산시의 도움으로 간신히 봉급만은 줄 수 있었다. 2025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요금과 각종 경비 등이 2026년으로 이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부산이 고령화 속도가 빨라 먼저 겪고 있는 일일 뿐, 대구·광주·대전 등 다른 도시라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기의 차이일 뿐, 머지않아 모두가 직면할 문제다.”
 

한국철도공사는 국가 지원받는데, 도시철도는 왜?

무임 수송 제도가 원망스러울 법도 한데.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도시철도 무임 수송제는 1980년 어르신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작된 교통 복지 정책이다. 여가·경제활동 참여 확대, 건강 증진 등 사회적 편익 역시 분명하다. 문제는 제도가 도입된 당시와 지금의 인구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데 있다. 시행 당시 전국의 노인 비율은 4.1%에 불과했지만, 2025년 20.3%까지 급등했다. 도시철도 기관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게다가 이러한 추세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철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도시철도는 지역자치단체 소관 업무이므로 관련 손실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시철도는 지방 사무인 만큼 지자체와 지역교통공사가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이 빠졌다. 바로 ‘도입한 주체는 누구인가’다. 무임 수송제는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 아래 국가가 관련 법률을 제정해 도입한 제도다.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등으로 기본 틀을 설정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할인율을 결정하느냐. 이 역시 국가다. 관련 법은 형식상으로는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할인율을 조율할 수 있도록 했지만, 막상 세부 시행령을 살펴보면 사정이 다르다.”

이 사장의 설명대로 노인복지법 시행령 제19조(경로우대시설의 종류 등)는 철도, 도시철도(지하철), 고궁, 국·공립박물관 등의 할인율을 명시하고 있다. 도시철도의 경우 할인율이 100%, 즉 전액 면제다. 사실상 국가가 무임 수송의 대상과 할인 범위를 확정해 지자체가 조율할 여지가 없는 셈이다.

“무임 수송제는 당초 70세 이상 노인에게 도시철도 운임비 50%를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이후 적용 대상과 혜택 폭이 점차 확대됐고, 1985년 지금과 같은 ‘만 65세 이상 전액 무료’ 제도로 자리 잡았다. 당시 지자체장은 임명제였기에 중앙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거스를 수 없었다. 1995년부터 민선 지자체장이 선출됐지만 10년 동안 관련 제도가 시행돼 만 65세 이상 도시철도 무료 이용이 관행으로 정착된 이후였다. 역사적으로 국가 주도로 만들어져 고착화된 제도이며, 현행 법률 체계 역시 국가가 할인 정도를 정하는 구조다. 관련 법령을 정비해 국가가 비용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재부는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이 차별을 받는다”는 논리다.

“무임 수송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제도가 아니라 전국 단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에 거주한다고 해서 혜택이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시골에 사는 어르신이 도시를 방문해 도시철도를 이용하면 동일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거주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용을 제한하거나 차별을 두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지역 간 불평등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의 경우 지역 여건에 맞게 별도로 교통 복지정책을 마련하면 충분히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노인인구 상당수가 광역 대도시에 거주하는 현실도 외면해선 안 된다.”

국가가 무임 수송 비용을 보전하는 사례가 있나.

“이미 코레일은 동일한 논리로 노인 할인 제도에 따른 손실을 국비로 지원받고 있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에서 관련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코레일에 지원한 금액은 1조2000억 원으로, 관련 손실액의 80% 수준이다. 도시철도라고 못할 것이 없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무임 수송제는 특정 집단만을 위한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복지다. 더구나 정부 법령을 근거로 만들어져 강제 시행되고 있는 만큼 ‘원인제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정부가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2025년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병진 사장(오른쪽 다섯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2025년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병진 사장(오른쪽 다섯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노후 전동차 교체에만 5000억 원, 무임 수송 부담만이라도…

재정건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노력은 하고 있나.

“매년 지출 절감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각 부서의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2025년 고강도 긴축재정을 시행해 205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수입 기반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도시철도 기관 최초로 글로벌 IP와 협업해 ‘포켓몬 승차권’을 출시했고, 부산도시철도공사 굿즈를 제작·판매해 1억1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신규 수익원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무임 수송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체 경영 개선 노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도시철도 요금 인상 논의도 나올 만한데.

“최근 2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이용 요금을 총 300원 인상했다. 그러나 요금을 완전 현실화한다면 시민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져 대중교통 이용 자체를 위축할 수 있다. 도시철도는 대표적 공공재로서 흑자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요금 인상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우선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산은 40년 넘게 도시철도가 운영돼 왔다. 슬슬 시설 노후화 문제도 부담으로 다가올 텐데.

“초창기부터 운영해 온 1·2호선은 노후화가 본격화돼 대규모 재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두 노선의 전동차 교체에만 50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외에도 전기·통신·신호 등 각종 기반 설비의 보수 및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일부 비용을 지원하지만 전동차 교체 비용의 55%, 노후 시설 개선 비용의 35%는 공사가 부담한다.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공사채 발행이 불가피했다. 2018~2025년 노후 시설 개선과 전동차 교체를 위해 발행한 공사채는 5286억 원으로, 전체 부채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투자인 만큼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무임 수송 관련 부담만이라도 줄여야 한다.”

무임 수송 문제 외에 추가로 관심을 두고 있는 과제가 있다면.

“전동차 교체만큼 중요한 것이 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역은 열차를 타기 위해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공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부분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만큼 행정·복지·문화·예술 기능을 아우르는 생활 밀착형 공간으로 확장할 여지가 크다. 부산교통공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협업으로 동래역과 광안역에 디지털시험센터(DTC)를 조성해 시민들이 국가자격시험을 좀 더 편리하게 치를 수 있도록 했다. 광안역과 범내골역에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인 ‘메트로 라운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다만 남은 임기 동안의 핵심 과제는 적자 구조 해소다. 초고령사회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교통 복지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무임 수송 비용의 국비 보전을 제도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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