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랠리에 자금쏠림 심화
은행예금 한달새 32조원 썰물
CMA 잔액 한달새 2조원 늘어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면서 시중 자금의 쏠림 현상도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90조원에 육박한 반면, 은행 예금에선 한 달 새 30조원을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87조8291억원으로, 한 달여 전(77조9120억원)과 비교해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인출하지 않은 자금으로, 언제든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증시 대기자금으로 꼽힌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11월 5일 88조270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증시가 정체 국면에 접어들며 감소했으나, 최근 다시 최대치에 근접한 수준까지 회복됐다.
증시 대기자금이 확대되는 흐름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에서도 확인된다. CMA 잔액은 지난달 후반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CMA 잔액은 100조3392억원으로, 한 달 새 증가한 규모만 2조원을 웃돈다. 투자자 예탁금과 CMA 잔액을 모두 합하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12조원 이상의 자금이 증시 주변으로 유입된 셈이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9조28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무려 32조7034억원이나 감소한 수치다. 그간 은행들이 연말 수신 방어를 위해 예금 금리를 올려왔음에도 대규모 자금 유출을 막지 못한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대 은행의 1년 정기예금 최고금리 밴드는 2.55~3.00%로 3%까지 올라왔다.
연말 결산 효과로 예금 잔액이 줄어드는 현상은 매년 반복되지만, 지난해 감소폭은 예년보다 가파르다는 평가다. 2024년 12월에도 기업 자금 이동 등의 영향으로 예금 잔액이 21조원가량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를 크게 웃돌았다. 코스피 급등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인 영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본시장 머니 무브로 은행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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