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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민의 뮤지엄 노트] 있는 힘껏 파랑색

무명의 더쿠 | 01-05 | 조회 수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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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최여민 작가] 스펀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물과 먼지, 흘린 음료와 얼룩까지도 받아들이지만, 특유의 말캉함과 형태를 간직한 채 존재한다. 세상의 것들을 거리낌 없이 흡수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존재, 어쩌면 현실과 마주할 때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있는 힘껏 파란색을 흡수한 스펀지는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프랑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이브 클랭(Yves Klein)의 후기 작업에서는 스펀지가 핵심적인 요소로 등장한다. 그는 스펀지를 세상의 빛과 색, 나아가 에너지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특별한 매체로 바라보았다. 실제로 그는 천연 스펀지를 말린 뒤 구조물 위에 세우고, 파란색으로 물들여 그 안에 자신의 생각과 감각을 스며들게 했다.

작품을 마주하면 시선을 붙드는 것은 ‘파랗다’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시퍼렇게 빛나는 색이다.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의 짙음은 미묘하게 달라지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깊은 그림자와 강한 입체감이 드러난다. 부드럽고 유연한 스펀지 속에 스며든 강렬한 색채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히려 그 파란색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강렬한 체험의 중심에는 이브 클랭이 집요하게 탐구한 하나의 색이 있다. 그가 사용한 파란색은 그의 이름을 딴 ‘인터내셔널 클랭 블루(International Klein Blue, IKB)’로 불린다. 기존의 파랑보다 훨씬 짙고 선명하며, 빛을 받으면 깊고 고요하게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색을 직접 만들어 낸 클랭에게 파란색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었다. 그는 파랑을 무한함과 정신적 자유에 가장 가까운 색으로 보았고, 하늘과 바다처럼 끝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이어진다고 여겼다. 그래서 파랑은 그에게 가장 영원하고 무한하며, 나아가 영적인 감각에 닿아 있는 색이 된다.

그 파랑은 마침내 나무가 되어 서 있다. 가늘고 길게 솟은 기둥 위에 커다란 덩어리를 얹은 모습은 분명 나무를 연상시키지만, 전면을 뒤덮은 푸른빛은 자연에서는 쉽게 마주할 수 없는 낯선 기운을 내뿜는다. 자연을 모방한 적 없는 클랭의 나무는 생명력의 본질과 에너지를 머금은 채 자리한다.

이 작품의 제목이 ‘나무(Tree)’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클랭에게 나무는 자연의 생명력이자 땅에서 솟아 하늘로 뻗어 가는 존재의 중심이었다. 물질로 이루어졌지만, 비물질을 강조하는 존재,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리키는 상징이다. 이 푸른 나무는 그러한 신념이 뭉쳐진 형상으로, 자연과 인간, 물질과 정신의 경계에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현실의 감각을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클랭의 손을 거쳐 완성된 ‘SE 71, 나무, 거대한 푸른 스펀지’는 나무를 떠올리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에서 무언가가 힘차게 솟아오르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역동성은 작품의 형태에만 그치지 않고, 재료를 다루는 작가의 방식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스펀지를 파란색으로 물들이는 행위는 단순한 채색을 넘어 사물에 새로운 생명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창조의 과정이었다. 


https://www.munwh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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