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쿠팡이 납품업체로부터 걷는 판매촉진비와 장려금이 법 위반인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자 쿠팡은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1심(고법)에서 2년 전 승소했고, 지금은 전직 대법관 2명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등 7명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대법원의 최종 면책 판결을 노리고 있다.
고법은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리며 공정위에 위법성 입증 책임이 있다고 봤다. 영업비밀 사유로 판결문 열람이 제한된 탓에 그동안 쿠팡이 8개 독과점 업체에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지니지 않는다는 일부 취지만 강조됐다.
161억원 걷었는데 "과징금 취소"…증명 책임 공정위에 지운 고법
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판결문(2024년 2월 1일 선고)을 보면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서울고법은 쿠팡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공정위가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과징금 약 33억원과 시정명령을 모두 취소하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161억원을 문제 삼았는데 고법은 공정위가 위법성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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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승소 후 더 많이 걷었다…신고 금액만 연 2조3천억원
쿠팡이 입점업체로부터 걷는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징금 취소 판결 이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열린 국회 쿠팡 청문회에서는 쿠팡이 판매가를 타사보다 낮아지게 설정하고서 중간 이윤이 줄어들면 납품사에 광고를 강매하거나 여러 비용을 받아 손실을 메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쿠팡이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산출하면 2024년 한 해 동안 광고·홍보비·할인쿠폰 등 판매촉진을 위한 비용으로 1조4천212억원을, 판매장려금으로 약 9천211억원을 받아 합계 2조3천424억원 정도를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쿠팡이 직매입으로 거래한 전체 금액 24조6천953억여원의 9.5% 수준이다.
판결은 광고 강매 논란과도 연결된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단가 조정을 압박하거나 광고를 강매했다고 판단해 함께 제재했다.
그러나 고법은 경영 간섭이 아니라 정상적인 가격 교섭의 일환이고 강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취소했다. 향후 쿠팡의 거래 관행과 공정위의 대응은 대법원 판단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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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전직 대법관·김앤장으로 방어막…공정위는 소형 로펌 의뢰
쿠팡은 공정위 상대 소송에 김앤장 변호사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대법원으로 간 판매촉진비 과징금 사건에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 6명이 쿠팡 소송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박병대 전 대법관 등 5명이 법원 출신이다. 김앤장 소속은 아니지만 박정화 전 대법관도 쿠팡 측에 선임돼 있다.
서울고법이 심리 중인 쿠팡의 알고리즘 과징금 사건에도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유해용 변호사 등 김앤장 소속 9명이 소송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쿠팡은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늘리려고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공정위가 부과한 1천600억원대 과징금 취소를 청구했다.
이런 가운데 과징금 사건에 쿠팡 승소 판결을 내린 주심 판사는 이후 알고리즘 사건도 맡았다가 작년 2월 명예퇴직하고 5월 김앤장에 합류했다.
반면, 공정위는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분투하고 있다. 통상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에 불복한 행정소송이 제기되면 공정위 심판관리관 산하의 송무담당관(과장급)을 중심으로 대응한다. 소송수행자로 업무를 담당할 직원이 10명도 되지 않아 꽤 빠듯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이 심리 중인 쿠팡의 판매촉진비 사건은 법원 경력이 없는 변호사가 주축이 된 소형 법무법인 등에 의뢰했으며 공정위 직원이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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