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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28~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마마 시상식(Mnet Asian Music Awards). CJ ENM의 마마 시상식은 K팝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음악산업의 성장과 함께해왔다.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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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28~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마마 시상식(MAMA·Mnet Asian Music Awards)을 관전했다. 마마는 CJ ENM이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음악 시상식으로 케이(K)팝의 국제적 확산을 대표하는 행사다. 1999년 ‘엠넷 KM 뮤직 페스티벌’로 시작해 2009년 마마로 개편된 이후, 한국을 넘어 마카오·홍콩·베트남·일본 등지로 무대를 옮기며 열리고 있다.
마마가 주로 국외에서 열리는 것은 한 해 K팝의 글로벌 확장을 확인하는 이벤트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K팝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비의 상당 비중이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아시아 시장을 하나로 묶어줄 K팝 대표 행사가 필요했고, 이에 맞춰 마마를 홍콩·마카오·일본 등에서 개최하며 브랜드 확산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추구했다. 연말 시상식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한 해의 음악 성과와 글로벌 팬덤의 에너지를 집약하는 대규모 이벤트라는 성격이 더 중요했다는 의미다.
K팝 글로벌 팬덤 집약 이벤트, 마마
한편으로는 국내 대형 공연 인프라의 구조적 한계로 한국 개최가 고집되지 않은 점도 있다. 마마는 3만~5만 석의 스타디움급 규모 수용이 가능하고 대형 무대 설치를 할 수 있는 곳에서 외국 관객 유입을 전제로 개최되는 행사다. 이런 조건에 비춰볼 때 한국에는 적절한 시설이 없어, 상대적으로 완성도 높은 시설을 갖춘 홍콩과 일본 등이 주요 개최지로 활용됐다. 한국에서는 마마로 전환된 2009년과 코로나19로 온라인 중심 행사로 치른 2020년과 2021년에 열렸고, 2023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병행 개최됐다.
2025년 마마 개최지로 홍콩이 선택된 것은 한한령(한류 제한 조치) 완화 기대 속에 중국 시장과의 접점을 회복하려는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중국 본토 팬들의 접근성이 좋은 도시이고 광둥·선전·광저우 등 대규모 K팝 소비 지역과도 직접 연결된다. 중국 본토에서 각종 콘서트 개최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홍콩은 중국 팬덤·기업 파트너십을 복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우회 채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홍콩 마마의 전체 티켓 가운데 40%가량이 중국 현지인들에게 팔린 것 같다는 게 CJ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중략)
공연에 최적화된 카이탁 스타디움
행사가 열린 카이탁 스타디움은 2024년 개장한 5만 석 규모의 최신 복합 스타디움이다. 예전 홍콩 주공항으로 쓰이던 카이탁 공항 부지를 카이탁 스포츠파크로 재개발하면서 건설됐다. 카이탁 스타디움은 설계 초기부터 스포츠와 공연을 모두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 기존 아시아 지역의 운동장형 공연 공간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개폐식 돔 지붕, 음향 반사를 최소화하는 흡음 패널, 대형 장비 반입이 쉽도록 설계된 구조, 스포츠·공연 간 빠른 전환이 가능한 잔디 보호 시스템 등 공연의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 경기장을 공연장으로 ‘전환’하는 공간이 아니라, 처음부터 스포츠와 공연에 모두 최적화된 공간이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버스와 지하철로 30여 분이면 시내 중심지와 연결돼 관람객의 이동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시아 지역에도 이런 복합 인프라가 몇 곳 있다. 일본의 사이타마 슈퍼아레나나 도쿄 돔,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이타마 슈퍼아레나는 최대 3만7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카이탁 스타디움보다는 규모가 작다. 도쿄 돔이나 교세라 돔은 돔 구조이긴 하지만 야구장 기반 전용시설이다.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은 5만 석 규모지만 역시 스포츠 중심 설계라 카이탁 스타디움만큼 공연에 최적화되지 못했다. 카이탁처럼 초기 설계 단계부터 스포츠와 공연을 동등한 주기능으로 설정한 스타디움급 시설은 아시아에서 드문 상황이다.

행사가 개최된 카이탁 스타디움은 2024년 개장한 5만 석 규모의 최신 복합 스타디움으로 처음부터 스포츠와 공연에 모두 최적화된 공간으로 설계됐다. REUTERS
한국 시설과의 차이는 더 분명하다. 일단 한국에는 3만~5만 석급 공연 전용 스타디움이 없다. 현재 리모델링 중인 서울 잠실주경기장은 돔 시설로 바뀔 계획이지만 약 3만 석 규모에 불과할 예정이다. 고척돔은 야구장 기반으로 설계돼 음이 울리고 퍼지는 잔향이 커서 공연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SPO돔(옛 올림픽체조경기장)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1만5천~1만8천 석 규모라 초대형 공연 개최에 제약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6만 석 이상을 수용하지만 축구 전용으로 설계돼 역시 공연에 적합하지 못하다. 2023년 세계 잼버리 폐영식 겸 K팝 콘서트를 열었을 때 잔디가 심각하게 훼손돼 복구 비용이 수억원에 달했던 것도 공연용 잔디 보호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형 공연장들은 대부분 스포츠 중심으로 지어져 세계 투어급 공연이 요구하는 규모·음향·시야·무대설치·동선·편의시설·안전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데 미진한 점이 있다.
국제도시 위상 회복 위한 전략
카이탁 스타디움도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은 아니다. 홍콩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도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추진한 국가 프로젝트의 핵심 인프라다. 홍콩은 팬데믹 이후 도시 경쟁력에서 싱가포르에 밀렸다는 인식이 매우 강했다. 팬데믹 기간에 홍콩은 장기간 호텔 격리, 국경 봉쇄 등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방역 규제를 시행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국경을 열어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관광을 회복하면서 글로벌 허브 기능을 빠르게 복원했다. 이로 인해 홍콩이 유치했던 각종 기업, 금융행사, 국제회의 등이 대거 싱가포르로 이동함에 따라 홍콩의 불안감이 커졌다. 2019년 홍콩 시위와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나타난 정치 환경 변화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데 더해졌다.
홍콩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싱가포르와 도쿄를 넘어서는 ‘아시아 메가 이벤트 허브’로 복귀하는 것을 도시의 목표로 내걸었다. 국제 스포츠대회, 글로벌 문화행사, 마이스(MICE·복합전시) 산업을 집중 유치해 도시 브랜드를 재정립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거점 시설로 카이탁 스타디움을 짓고 주변에 상업시설과 호텔, 컨벤션 공간 등도 설치해 체류형 소비와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꾀했다. 실제 스타디움 바로 옆에 있는 도르셋 카이탁 호텔에서는 도보 3분이면 스타디움과 연결돼 콘서트 관객 연계에 매우 용이하다. 카이탁 스타디움은 홍콩의 국제도시 위상 회복을 위한 전략적 플랫폼이라는 성격까지 지닌 셈이다.
이런 목표에 부합하듯 카이탁 스타디움은 이미 콜드플레이 같은 유명 팝그룹은 물론 K팝 아이돌의 공연도 많이 유치하고 있다. 2025년 8월에 엔시티드림, 9월에 세븐틴, 12월에 트와이스가 공연했고, 2026년 1월에는 블랙핑크 공연도 이어진다. 티켓 파워가 강한 한국 최고의 그룹들이 모두 이곳을 선택하고 있다. 이번 마마 행사 역시 그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였다.
열악한 한국 공연 인프라
관전을 위해 카이탁 스타디움에 들어서자 공간의 크기와 밀도에서 오는 압도감이 엄청났다. 관객 3만5천 명이 응원봉과 함께 일체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이 한눈에 보여 개방감도 컸다. 무엇보다 음악과 보컬이 퍼지거나 울리지 않고 또렷하게 꽂히고, 관객의 함성과 음악이 겹쳐도 소리가 흐려지지 않는 음향시설이 돋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움직였음에도 잘 설계된 동선 덕분에 혼잡이나 정체 없이 관객이 매끄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K팝 아이돌 그룹들의 마마 무대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멋졌다. 그 와중에도 모든 시상자와 주요 공연 그룹들의 의상이 검정 계열로 바뀐 것이 눈에 띄었다. 주사회자인 김혜수 배우를 비롯해 맨 마지막 시상자로 나선 홍콩 톱배우 저우룬파(주윤발)에 이르기까지 모두 화재 참사에 대해 애도하면서 차분하게 시상식을 이끌었다. 화려한 행사인데도 격조를 유지할 수 있던 이유였다.
갑자기 발생한 인근 화재로 불확실성은 컸지만, 결과적으로 마마 시상식은 과하지 않게 안정적으로 잘 치러진 느낌이었다. 이런 변수 속에서도 무리 없이 치러지는 행사를 보니 공연 기획력은 우리가 세계 정상급이라는 게 느껴졌다. 오히려 좋은 국외 시설에서 멋지게 펼쳐지는 우리 공연을 보니 우리에겐 이런 콘텐츠를 담을 적당한 인프라가 없다는 게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제작 능력과 지식재산권(IP) 경쟁력에서는 세계 최정상을 자랑하는 한국이, 대형 공연 인프라에서는 아시아 주요 도시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카이탁 스타디움은 대규모 공연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 관객 경험을 어떻게 개선하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이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복원하려는 홍콩의 의지도 느껴졌다. K팝의 세계적 확산이 지속되는 지금, 공연 인프라를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수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총체적 매력과도 연결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