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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패륜 사이트’, 54만 명 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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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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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텀블러(tumblr)'가 제2의 소라넷으로 불리며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pexels.com


'패륜 사이트'

JTBC가 불법 촬영물 공유 사이트 A에 대한 기사를 단독보도하며 붙인 이름이다.


게시물 60만 건, 회원 수는 54만 명에 달하며 가족과 여자친구를 비롯한 여성들의 불법촬영 영상이 무분별하게 공유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댓글은 이를 말리기는 커녕 부추기고 조롱하며 인륜에 벗어난 짓을 반복했다고 하니, '패륜'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심각성을 가시화 해야할 필요에 적극 동감하면서도 단지 패륜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다. 

남자 청소년 57.4% 음란물 이용 경험 있다 

학교에 성교육을 하러 가면 반에 한 명 쯤은 어김없이 성에 일찍 눈 뜬 남자 청소년이 있다. 반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친구를 쳐다보고 그 청소년은 내심 부끄러워 하면서도 자신의 '혈기왕성함'을 숨기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한다. 종종 성표현물 노출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참여자들에게 "여러분 성표현물(야동) 본 적 있어요?"라는 질문을 하는데, 당장 중학교 정도만 되어도 이 질문이 "언제 처음 봤어요?"로 바뀐다. 당연히 한 번 쯤은 봤을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과장이 아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한 조사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 남자 청소년의 경우 과반수가 이미 음란물을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의아한 건 성별에 따른 간극이다. 음란물 이용 응답을 물어봤을 때, 남성 청소년 평균이 57.4%인 반면, 여성 청소년은 39.1%였다. 연령에 따라 그 차이는 크게게 33.1%까지 난다. 왜 모든 연령대에서 항상 여자 청소년보다 더 많은 남자 청소년이 성표현물을 시청할까? 정말 세간의 말마따나 남성들의 성욕은 통제불능의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걸까? 


그보다 우리사회의 성별에 따라 다른 성에 대한 잣대에 주목해보자. 자세히 이야기해보면, 여성 청소년 역시 성에 대한 호기심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를 드러내는 순간 주변은 이 여성 청소년을 낙인 짓고 단속한다. 반면 남자 청소년들 사이에도 분명 성에 대해 어리숙하거나 무관심한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정반대로 '숙맥'이나 '게이냐'는 비난과 조롱이 뒤따른다. 누군가는 성에 대해 말할 수 없게 만들고 누군가는 성에 대해 관심 갖기를 부추기는 세상에서 성을 둘러싼 젠더권력의 위계는 너무 쉽게 폭력적인 방향으로 향한다. 

일본어를 따로 공부한 적 없어도 청소년들이 꼭 아는 일본 단어가 있다. 바로 '야메떼'와 '기모찌'다. 뜻이 뭐냐고 물어보면 청소년들이 킥킥거리며 그 뜻을 알려준다. 각각 '하지마'라는 뜻과 '기분 좋다'는 뜻이다. 어디에서 알게되었는가 하면 경로는 뻔하다. 바로 일본 성인 동영상이다. 정말 다른 뉘앙스의 두 언어가 하나의 영상에 등장하는 까닭은 뻔하다. 하지말라는 말을 넘어서서 결국 좋아하게 된다는 뻔한 스토리 라인 때문이다. 여성의 성을 통제하는 사회에서 남성의 욕망이 어떻게 여성을 바라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성들은 결국 같은 욕망을 지니고 있으나 하지말라고 말하며 숨겨야 하고, 그것을 넘어서면 결국 좋아할 것이라는 암시다. 이렇게 재현된 성적인 욕망은 남성에게 뒤틀린 섹슈얼리티를 학습시킨다. 


100만, 121만, 128만, 26만, 22만 그리고 54만

앞서 언급한 패륜 사이트를 둘러싼 기사가 퍼지자 기사 댓글과 커뮤니티에는 발 빠르게 선 긋는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런 사이트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야동 말고 저런데나 차단해라' 같은 댓글부터 이제야 알게 된 것을 아쉬워 하거나 걸린 사람들의 어리숙함을 조롱하는 댓글도 수두룩했다. 심지어 '일본 야동' 보는 것을 해결책이라고 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은 저 54만 회원에 들지 않았다고, 자신은 '불법'이 아닌 영상을 보니 괜찮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은걸까? 100만, 121만, 128만, 26만, 22만. 열거한 위 숫자는 A 사이트 이전 각종 불법촬영물로 논란이 되었던 소라넷, AV 스눕, 웰컴투비디오, N번방 사건, 딥페이크 성착취 사건의 추정 규모다. 시대를 관통해 계속 이어져 온 이 범죄 앞에서 선을 긋는 것은 물 위에 선을 가로짓는 것 만큼이나 무의미하다. 이 문제는 '패륜적'인 일부의 일탈이 아닌 지금까지 계속해서 쌓아올린 남성들의 왜곡된 섹슈얼리티의 문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3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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