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2025' VIP 프리뷰 데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 = 뉴스1
2025년은 문화예술계에서 '여풍'이 두드러지는 한 해였습니다. 여성 작가들의 활동도 크게 늘어났으며 여성이 운영하는 갤러리(화랑)·공연, 여성 투자자들의 보폭도 넓어졌죠. 여성 관람객들의 증가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주요 전시의 70~80%를 웃도는 관람률·참여율을 기록하며 문화예술 시장의 훈풍을 이끌었습니다.
9월 열린 키아프·프리즈의 성공도 여성 관람객들의 뒷받침 덕택입니다. 키아프·프리즈는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아트페어)입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행사로, 합계 15만명에 가까운 입장객을 기록했습니다. 2년 연속 역대급 흥행 성적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337만 관람객'이 입장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썼습니다. 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2030 관람객의 73%가 여성입니다.
든든한 관람객들이 뒷받침되니 물 건너에서의 성과도 잇따랐습니다.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는 이불 작가, 이수경 작가가 참여했으며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미술관에는 이소영 큐레이터가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관장에 선임됐습니다. 대만 유일의 국가급 미술관인 국립타이완미술관은 양혜규 작가의 신작을 개관작으로 뽑았습니다. 모두 여성 미술인들입니다.
한국 여성 미술인들의 장점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녹여내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이불 작가의 전시품이나 이수경 작가의 도자 전시, 양혜규 작가의 시각 예술은 다른 어느 나라와도 구별됩니다. 맥스 홀라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은 지난달 머니투데이와 만나 "특별한 개성과 능력을 갖춘 한국 여성 미술인들의 전시를 더 늘리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9월 30일 경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MMCA 해외 명작 소장품전 '수련과 샹들리에' 언론공개회를 갖고 사진작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작품 '무제'(오른쪽)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공연에서는 여성 관람객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뮤지컬이 크게 뛰어올랐습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뮤지컬 공연 회차와 예매 수, 판매액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 외에도 '킹키부츠', '비틀쥬스'등 다양한 작품들이 여성 관람객들의 지갑을 열었습니다. 인기 배우 전도연, 댄서 아이키·리헤이 등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는 스타들도 잇따라 무대에 올랐습니다.
공연업계는 뮤지컬의 장점으로 낮은 진입장벽과 투자 대비 효율을 꼽습니다. 제작 비용과 티켓 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충성도가 높은 여성 관람객들이 공연장을 채워주기 때문에,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1위 뮤지컬 '알라딘'이나 2위 '위키드', 3위 '팬텀'의 가격은 15만~20만원(VIP석 기준)이 넘지만 매진이 잇따랐습니다. 배우·작품에 대한 여성 팬덤이 탄탄하기 때문이죠.
문화예술계는 올해 최대 과제로 '여심' 사로잡기를 꼽습니다. 남성 관람객들의 소비나 관람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매출 증가가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다시 신진 창작자를 발굴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면 여성 팬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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