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신년사에서 환율 절하 배경에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꼽으면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론 반도체 중심의 성장과 고환율의 영향으로 반도체를 뺀 성장률은 1.4%에 그칠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외부적으론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대미 투자협정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창용 총재는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새해를 맞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올해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고 운을 뗐다.
대외여건에 대해선 이 총재는 글로벌 통상환경과 각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관세와 미·중 갈등 관련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대미 투자협정에 관해선 “구체적인 투자 대상과 방식에 대해 여전히 조율이 필요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대미 투자 협정이 원화 약세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간 2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자금이 원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을 알고있지만, 200억달러는 최대치를 의미하고 매년 기계적으로 200억달러가 유출되는 것이 아니다”며 “한은은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어떠한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경기에 대해선 반도체 위주의 성장으로 체감경기는 낮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올해는 성장률이 1.8%로 작년의 1%에 비해 상당히 높아져 잠재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올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 경기와는 괴리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특히 환율에 대해 양극화를 심화하고 물가 상승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순대외채권국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만큼, 최근의 환율 수준만으로 과거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압력을 높이고, 내수기업 등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이후 원화 절하가 가파르게 진행된 것은 ‘지속적으로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라면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원화약세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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