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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청년 스펙 볼모 잡는 '서포터스' 공화국…기업은 '공짜 광고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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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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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표류기]
<2> 20세기 스펙
올해 서포터스 공고 1230건 전수 분석
절반 가까이 '활동비 지급 여부' 미표기
사실상 '기업 공짜 광고판'으로 전락

 

지난달 10일 서울 시내 대학의 취업정보 게시판에 기업들의 모집 관련 공고가 붙어 있다. 뉴시스

지난달 10일 서울 시내 대학의 취업정보 게시판에 기업들의 모집 관련 공고가 붙어 있다. 뉴시스

 


이하늘(가명·25)씨는 지난 몇 년간 서른 개가 넘는 공공기관과 기업을 경험했다. 카드 뉴스를 기획하고, 유튜브에 올라가는 영상을 편집하고, 오프라인 행사 부스를 운영했다. 업무는 홍보 대행사 직원 같았지만 정작 이씨는 '근로자'였던 적이 없었다.

 

이씨에게는 '서포터스' '감시단' '기자단' '봉사단' 같은 이름이 주어졌다. 그런 이름을 한꺼번에 13개나 가진 적이 있었다. 굳이 왜? 누가 묻는다면 그는 "전공으로 취업하기는 바늘구멍 같고, 실무 경험이라도 쌓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 답할 수밖에 없었다.

 

1230건의 기록… '실무 경험'이라는 이름의 외주화


청년 구직자들에게 '대외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학점과 어학 성적이라는 '정량 스펙'이 평준화된 시대,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 유관 경험'을 증명할 몇 안 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본보가 취업 준비생 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설문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2%(44명)는 서포터스 같은 대외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2개 이상 활동했던 이들도 15명에 달했다. 이들은 "적은 활동비라도 받을 수 있고, 자소서에 활용할 수도 있어 아르바이트보다 선호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도 '사회 공헌'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챙길 수 있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스펙 한 줄이 절박한 청년들과 홍보 인력이 필요한 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시장인 셈이다.

 

한국일보는 대외활동 플랫폼 '캠퍼스픽'에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올라온 서포터스 모집 공고를 전수 조사했다. 자동화된 수집 프로그램인 '크롤링'으로 분석한 공고는 총 1,230건. 매달 100건꼴로 새로운 서포터스 모집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었다.

 

대외활동 플랫폼 '캠퍼스픽'에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올라온 서포터스 모집 공고를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들이 서포터스에 가장 많이 요구한 활동은 '서비스 소개 및 홍보 콘텐츠 제작'이었다. 서포터스 모집 공고

대외활동 플랫폼 '캠퍼스픽'에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올라온 서포터스 모집 공고를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들이 서포터스에 가장 많이 요구한 활동은 '서비스 소개 및 홍보 콘텐츠 제작'이었다. 서포터스 모집 공고 캡처

 


데이터를 뜯어봤다. 기업들이 서포터스에 가장 많이 요구한 활동은 '서비스 소개 및 홍보 콘텐츠 제작'이었다. 영상 편집, 카드뉴스 기획, SNS 바이럴 마케팅 등 전문 홍보 대행사에 맡길 경우 건당 수십만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업무들이다. 기업들은 이를 '실무 경험 제공'이라면서 대학생들에게 무상으로, 혹은 헐값에 맡기고 있었다.

 

이씨도 "대부분 '콘텐츠 제작'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거나, 카드뉴스를 제작해서 공식 인스타 계정에 업로드를 하거나 채널을 만들어 관리하는 등의 일을 했다"고도 했다. 그에게는 "기업이 싼값에 맡긴 마케팅 외주"와 같았다.

 

'깜깜이' 활동비, 보상은 '화장품'과 '봉사시간'


그럼에도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일종의 '투자'로 서포터스 등에 지원한다. 반면 기업 상당수는 이를 담보로 잇속을 챙치고 있었다. 분석 대상 공고 1,230건 중 활동비나 사례비 지급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공고가 48%(588건), 절반에 육박했다. 활동비를 지급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액수를 밝히지 않은 '깜깜이 공고'도 32%(393건)에 달했다. 20%(249건)만이 활동비 금액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대외활동 플랫폼 '캠퍼스픽'에 지난 한 해 게시된 서포터스 모집 공고 1,230건 중 활동비나 사례비 지급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공고가 48%(588건)에 육박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대외활동 플랫폼 '캠퍼스픽'에 지난 한 해 게시된 서포터스 모집 공고 1,230건 중 활동비나 사례비 지급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공고가 48%(588건)에 육박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비용 지급 대신 '봉사시간'과 '물품'으로 갈음했다. 현행 '자원봉사활동 기본법'과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VMS) 지침은 실비(교통비, 식비) 외 수당을 지급할 경우 봉사시간으로 인정하지 못하게 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이를 이용, 서포터스를 '자원봉사'로 설계한다. 예산을 아끼면서 홍보 노동을 시키는 일종의 편법이다. 소기업들의 보상 체계는 더욱 기형적이었다. 자사 화장품이나 할인 쿠폰, 수강권 등을 '활동 혜택'이라며 내미는 식이다.

 

일부 활동비가 지급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한 공공기관 기자단으로 활동한 김우정(가명·25)씨는 월 활동비 7만 원을 받았지만, 취재 차량 렌트비와 영상 편집 프로그램 구입비로 그 이상의 사비를 썼다. 김씨는 "내 돈을 써가며 기업 홍보를 해주는 '마이너스 정산' 구조였다"며 분개했다.

 

 

기업들은 서포터스 모집 대상에 구체적인 SNS 정보를 요구했다. 사실상 청년 개인의 SNS를 사유지처럼 활용하는 행태다. 서포터스 모집 공고 캡처

기업들은 서포터스 모집 대상에 구체적인 SNS 정보를 요구했다. 사실상 청년 개인의 SNS를 사유지처럼 활용하는 행태다. 서포터스 모집 공고 캡처

 


청년 개인의 SNS 계정을 기업의 '사유지'처럼 활용하는 행태도 적지 않다. 한 앱테크 기업은 서포터스 지원 자격으로 '팔로어 1,000명 이상'을 내걸었고, 한 결혼정보회사는 '네이버 블로그 누적 포스팅 25개 이상', '인스타그램 팔로어 5,000명 이상' 등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했다. 기업이 청년의 인적 네트워크를 '공짜 광고판'으로 징발하고 있는 셈이다.

 

착취인 줄 알지만… '블랙리스트'가 무서운 청년들


전문가들은 서포터스 등의 활동도 '노동자성' 인정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하은성 노무사(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는 "업무 지시가 구체적이고 기관의 고유 업무를 외주화했다면 사실상의 노무 제공"이라고 지적했다.

 

-생략-

 

전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0655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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