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서울·인천·경기·경북·충남 등 일부 지역에서 의료급여 기금 부족으로 진료비 지급을 지연하고 있다. 이번 미지급 사태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자 수가 예측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올해 의료급여 수급자를 156만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수급자는 지난달 기준 163만명으로 7만명 증가했다.
복지부는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로 인해 이재민이 많아졌고, 올해부터 자녀의 소득·재산을 반영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수급자 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고 했다.
기존에는 아들의 소득 30%, 딸의 소득 15%를 부모에게 부양하는 것으로 간주했지만, 올해부터는 아들·딸 모두 10%로 낮췄다. 내년부터는 자녀의 소득과 재산을 아예 반영하지 않을 예정이다.
의료급여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의 의료비 대부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제도다. 올해 11월 기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이재민, 국가유공자, 북한이탈주민 등 163만명이 의료급여 혜택을 받고 있으며, 연간 지출액은 약 1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의료급여는 1종과 2종으로 나뉜다. 1종 의료급여자는 입원 진료비가 전액 면제되고, 외래 진료 시 1000~2000원만 부담한다. 2종 의료급여자는 입원비의 10%, 외래 진료비의 15%(동네 의원은 1000원)를 부담한다.
재원은 대부분 세금으로 마련되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통상 8대 2 비율로 분담한다. 정부가 매년 의료급여 수급자 수를 예측해 예산을 편성하면, 건보공단이 병원과 약국의 진료비·약값 청구분을 지급하는 구조다.
의료급여 비용 미지급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건보공단은 과거에도 ▲2015년 290억원 ▲2016년 2941억원 ▲2017년 4386억원 ▲2018년 1781억원의 의료급여 비용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바 있다. 이후 정부가 예산을 대거 투입하면서 중단됐다가 5년 만에 다시 재발했다.
정부는 내년도 의료급여 예산을 활용해 1월 중순 지급 지연분을 전액 지급할 계획이다. 서울·인천·경기는 1월 14일 이후, 경북과 충남은 1월 22일 이후 지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2008년 의료급여 비용이 10일 이상 지연될 경우 연 5%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염현아 기자 y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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