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피해 학생의 생명엔 지장은 없었다. 하지만 뇌진탕 등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A군은 퇴학 처분을 받았다. 이후 불복 소송을 낸 결과 1심에선 졌지만 2심에선 이겼다. 퇴학 처분이 취소됐다.
A군과 부모는 소송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았고, 살인자로 낙인 찍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헤럴드경제는 A군이 진 법적 책임, 이번 국가 상대 소송의 결과를 정리했다.
선생한테 반말하다 동급생이 제지하자 흉기 휘둘러
사건 당시 A군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는 평소 담임교사가 본인을 무시하고 차별 대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 복도에서 담임교사를 뒤따라가며 “어이! 어이! 야!”라고 반말했다.
A군과 같은 반 학생이 A군을 말렸다. 그는 A군에게 “선생님한테 싸가지 없게 굴지 말라”고 말했다. 돌아온 건 협박과 칼부림이었다. A군은 “너도 죽여줄게”라며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냈다. 피해 학생의 급소를 수차례 찔렀다. 피해 학생이 쓰러졌는데도 A군은 “너희 가족 다 죽일거다”라며 발로 걷어찼다.
퇴학 처분 나왔지만 2심 법원서 취소
A군의 행동은 당시 언론에도 보도됐다. 학교폭력위원회는 지난 2022년 7월께 A군에게 전학 처분을 내렸다. 피해 학생은 “전학 처분은 너무 가볍다”며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피해 학생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22년 10월께 전학 처분을 퇴학 처분으로 변경했다.
당시 위원회는 “무엇보다 피해학생의 보호가 최우선인데도 불구하고 전학 처분은 실질적으로 피해 학생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A군이 재학 중인 학교가 특목고에 속해 일반 고등학교와 교육과정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4개월째 전학 처분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징계 처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군과 부모는 위원회의 퇴학 처분에 대해 불복 소송을 냈다. 1심에선 패소했지만 2심에선 승소했다.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2024년 6월께 대구고등법원은 “퇴학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며 취소했다. 이미 피해 학생이 해당 학교를 졸업한 점 등이 고려됐다.
퇴학 처분이 취소되면서 A군의 서류상 학적은 다시 살아나게 됐다.
소년법 9호 처분·1600만원 배상 판결
학폭위와 별개로 A군은 소년법상 보호 처분, 피해학생에 대한 민사 책임을 지게 됐다.
A군은 형사 처벌 대신 9호 보호처분을 받았다. 이는 최장 6개월까지 소년원에 단기 수용하는 처분으로 가장 무거운 처분인 10호(2년 수용) 다음으로 무거운 처분이다. A군은 2023년 1월에 대구소년원에 수용됐다가 4개월 뒤 퇴소했다.
피해학생 측에서 A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손해배상액으로 1600만원을 인정했다. 1심 판결에 대해 양측이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A군 측 “살인자로 낙인” 국가 상대 소송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A군 측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결국 퇴학 처분이 법원 재판을 통해 취소됐는데도 불구하고 위원회에서 퇴학 처분을 내렸던 것을 문제 삼았다.
재판 과정에서 A군과 부모는 “기존 전학 처분만으로 피해학생을 보호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A군에게 잘못을 뉘우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퇴학 처분을 내린 것은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법한 퇴학 처분으로 인해 A군은 헌법상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살인자로 낙인찍혀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군의 부모도 A군이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법원서 A군 패소… “정당성 상실 인정 부족”
법원은 A군 측 패소로 판결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김주현 판사는 지난 5일 A군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 비용도 A군 측에서 부담하라고 했다.
1심 법원은 “A군에 대한 퇴학 처분이 2심에서 취소돼 확정된 것은 맞다”면서도 “퇴학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가해 행위의 시간, 장소, 방법을 고려할 때 사안이 매우 무겁고 자칫하면 피해 학생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었다”며 “교내 복도에서 사건이 발생해 다른 교사·학생들에게 상당한 충격과 불안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A군에 대한 선도뿐 아니라 피해 학생, 다수의 다른 학생 및 교사들의 보호를 위해 안전하고 안정적인 교육환경 조성의 필요성이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비록 재판을 통해 취소됐긴 하지만 당시 퇴학 처분을 내린 합리적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1심은 “행정심판위원회의 퇴학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2심에서 취소되긴 했지만 해당 판결은 사건 발생 후 약 2년이 지났을 때 이뤄져 피해 학생이 이미 졸업했으며 피해 회복도 일부 이뤄진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군 측에서 “2심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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