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은폐 의혹’ 쿠팡 전·현 대표, 또 ‘업무강도 축소 보고’ 지시 정황
해롤드 로저스 현 대표·박대준 전 대표, 고 장덕준씨 산재 은폐 의혹
노동청 제출 자료 작성 및 유족 주장 반박 과정에 직접 개입한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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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대구 물류센터 노동자 고 장덕준씨의 과로사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해, 해롤드 로저스 현 쿠팡 한국법인 대표와 박대준 전 대표가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일제히 책임을 부인했다. 로저스 대표는 “(산재 은폐를) 모의하지 않았다”며 ‘모르쇠’로 일관했고, 박 전 대표는 “기억이 별로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당시 산재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 장덕준씨의 업무 강도를 낮춰 노동청에 보고하라고 직접 지시한 정황 등이 이날 추가로 확인됐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고 장덕준씨의 사망과 관련해 “한국어로 된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무엇을 방해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겨레가 확보한 쿠팡 내부 전자우편 내역과 배치된다. 이 내역에는 로저스 대표와 박 전 대표 모두 고 장씨 사망과 과로 간 관련성을 축소하기 위해 노동청 제출 자료 작성 과정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뚜렷하다.
고 장덕준씨가 숨진 뒤 11일이 지난 2020년 10월23일, 로저스 대표는 업무지원총괄 ㅇ변호사가 작성한 장씨 업무 설명 자료와 관련해 “업무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을 설명에 포함하라”고 회신했다. 또 “(장씨가 맡은) 해당 업무가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현재 첨부된) 자료만으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해당 자료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장씨의 업무 강도 등을 판단하기 위에 쿠팡 쪽에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ㅇ변호사는 이를 노동청에 제출하기 전에 로저스 대표와 박 전 대표 등에게 검토를 요청했다.
로저스 대표와 박 전 대표는 “하루 5만보를 걸었다”는 장씨 유족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도 직접 관여했다. 같은 해 11월6일, ㅇ변호사가 전자우편으로 “장씨와 동일한 시간대에 동일한 업무를 한 근무자 ㄴ씨의 걸음수를 측정해 본 (결과) 2만보 정도”라고 전하자 로저스 대표는 “2만보라고 해도 여전히 높은 수치”라며 우려하는 답변을 보냈다. 그는 또 “5만보를 걸었다는 주장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근로감독관에게 작업 영상을 증거자료로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도 회신했다.
박대준 전 대표 역시 전자우편을 통해 “ㄴ씨가 장씨와 여러차례 나란히 일한 인물인만큼 ㄴ씨의 만보기 데이터를 근로감독관에게 제출하는 것은 (업무 강도가 높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또 해당 자료에 “‘무기계약직 노동자’라는 표현은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로저스 대표는 이미 지난 청문회 때도 고 장씨 사건에 전혀 관여 안했다고 수차례 답변하며 위증했다”며 “로저스 대표를 위증으로 고발하는 안건을 의결해야한다”고 이날 청문회에서 주장했다.
[단독] "열심히 일한 기록 남지 않게"…김범석의 지시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372960
몰랐다 기억이 없다더니 열심히 일한 영상은 은폐해놓고 5만보는 말이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