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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얼굴 멍든 채 절뚝여"… 자식한테 맞아 숨진 노인, 아무도 돕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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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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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05916?ntype=RANKING

 

함께 살던 두 자녀 '존속폭행치사' 구속 송치
범행 동기는 "모친 인지 능력 좋지 않아서"
폭행 정황 목격한 이웃 "물어볼 엄두 못 내"
정부 지원금으로 생계 유지, 아들마저 실직
사인은 구타 등 외인성 쇼크, 노인학대 피해
"노인학대 88% 가정 내 발생, 쉽게 은폐돼"

25일 서울 구로구 한 주택가에 있는 A씨 자택이 굳게 닫혀 있다. A씨는 이 집에서 함께 살던 아들과 딸한테 폭행을 당해 숨졌다. 전예현 기자

25일 서울 구로구 한 주택가에 있는 A씨 자택이 굳게 닫혀 있다. A씨는 이 집에서 함께 살던 아들과 딸한테 폭행을 당해 숨졌다. 전예현 기자

이달 10일 서울 구로구 한 소방서에 "어머니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긴급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은 집 안에 쓰러져 있는 70대 여성 A씨를 발견했다. 얼굴과 팔 등 온몸에 시퍼런 멍 자국이 가득했다.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폭행 정황을 의심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곧이어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유력 용의자로 체포된 사람이 다름 아닌 A씨의 자녀인 40대 남매였던 것. 남매는 어머니를 때린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망할 줄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가족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평소 얼굴에 멍 자국… 외부와 단절돼 고립



한국일보 취재 결과, 생전 A씨는 상습적인 폭력에 노출돼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였다. 25일 A씨 자택 인근에서 만난 이웃들은 A씨를 "유독 말수 없는 노인"으로 기억하며 "얼굴에 멍이 든 채 절뚝거리며 걷던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고 입을 모았다.

건너편 집에 사는 80대 여성은 "얼굴이 부어 입도 제대로 다물지 못한 채 절뚝거리며 다니는 모습을 봤다"며 "평소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고 시선을 피하니 왜 그런지 물어볼 엄두를 못 냈다"고 말했다. 인근 슈퍼마켓 사장 박모(79)씨도 "(사망) 며칠 전 시장 다녀오는 걸 봤는데, 눌러쓴 모자 밑으로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더라"며 "크게 넘어졌나 짐작만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가 살던 곳은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오가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선 노후 주거지다. 그만큼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 많아 이웃끼리 친한 편이지만, A씨 가족은 아니었다. 특히 A씨 남편이 4년 전 뇌경색으로 숨진 이후로는 거의 담을 쌓고 지냈다고 한다. A씨 가족이 외부와 단절된 채 고립돼 있어 이웃들이 위기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웃 주민 김기화(82)씨는 "A씨가 남편이 살아있을 땐 둘이 꼭 붙어서 자주 돌아다녔는데, 죽고 나서는 거의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 같더라"며 "딸이 종종 대문 앞에 서서 행인들한테 욕설을 해 그 집과는 말 붙일 생각도 못 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앞집에 사는 김정호(76)씨도 "예전에는 지붕 수리를 도와주러 갈 만큼 친했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신 뒤 왕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동네에서 폐지 줍는 분이 생전 할머니 얼굴을 보고 경찰에 신고할까 고민했다고 하더라"며 "오지랖인가 싶어서 그냥 넘어갔다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A씨 자택 대문 앞에 공과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전예현 기자

25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A씨 자택 대문 앞에 공과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전예현 기자

A씨는 경제적으로도 위기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A씨는 일정한 소득이 없는 미혼 자녀들과 함께 각종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생활했다. A씨는 인근 우체국에서 청소 일을 했지만, 남편과 사별한 이후로는 마땅한 벌이가 없었다. 최근 아들이 실직하면서 생계가 더 어려워졌다.

실제로 올해 2월 서울형 긴급복지 지원금 154만 원을, 6~8월에는 3차례에 걸쳐 국가형 긴급복지 지원금 총 460만 원을 받았다. 긴급복지 지원은 주 소득자의 사망, 휴·폐업, 실직 등으로 위기 상황에 빠진 저소득 가구에 급히 생계·의료·주거 지원을 하는 제도다.
 

 

당사자 '침묵' 이웃 '무관심' 속 노인학대 방치



아들은 1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모친의) 인지 능력이 좋지 않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웃들은 A씨가 불편한 몸으로도 시장을 다니거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등 인지 능력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 사인은 '외인성 쇼크사'로 드러났다. 폭행, 구타 등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구로경찰서는 이들 남매가 A씨를 폭행한 행위가 법적으로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존속폭행치사 혐의에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해 이달 19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모친에 대한 남매의 폭행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그러나 A씨 본인이나 이웃에 의한 112 신고나 노인학대 신고는 한 차례도 접수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학대 위험 가구로 분류하거나 별도 관리를 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안전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는 2020년 6,259건에서 지난해 7,167건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약 88%는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가정 내 노인 학대의 경우 자발적인 신고가 없으면 개입이나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제3자가 외형적 징후만으로 폭력을 단정해 신고하는 사례는 드물뿐더러, 당사자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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