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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1억 장 신화’의 종말… K-팝, ‘경험 소비’로 판이 바뀌다 [K-팝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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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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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로제·스트레이 키즈 활약 불구
음반 판매 ‘年 1억장 시대’ 붕괴 위기감
콘서트· 굿즈 매출 급증 등 실리는 챙겨

 

블랙핑크가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바야흐로 ‘K-팝 대전환기’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닦아놓은 영토 위에,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합작한 현지화 걸그룹 캣츠아이가 공존하는 시대. 2025년 K-팝의 성적표는 표면적으로는 부진해 보일지 모르나, 그 이면은 지난 30년의 ‘피, 땀, 눈물’이 응축된 혁신의 용광로였다.

 

국내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그래미 어워즈 주요 부문 후보가 줄지어 등장했고, 영미권 양대 차트를 K-팝이 강타했다”며 “일각에선 위기라 말하지만, K-팝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지금은 위기가 아닌 새로운 변화가 움트는 시기”라고 단언했다.

 

신구(新舊)의 조화: ‘케데헌’, 로제, 그리고 스트레이 키즈


작금의 K-팝은 ‘신구의 공존’으로 접어들었다. ‘흥행 필패’라 불리던 혼성 그룹의 문법을 깬 올데이 프로젝트, 미국 본토에서 비상한 캣츠아이, 그리고 2025년의 아이콘으로 귀환한 지드래곤까지 다양성이 폭발했다. 여기에 로제와 스트레이 키즈가 글로벌 무대를 호령했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가상 걸그룹 ‘헌터스’는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성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헌터스’의 오리지날 사운드트랙(OST) ‘골든(Golden)’은 K-팝 장르 최초로 빌보드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위를 석권하며 그래미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로제의 ‘아파트(APT.)’는 해를 넘긴 롱런으로 그래미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 역사상 최초로 8개 앨범 연속 ‘빌보드 200’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는 K-팝을 넘어 팝의 새 역사다.

 

스트레이 키즈

 


그럼에도 상징적인 지표였던 ‘연간 1억 장 판매’ 시대는 저물었다. K-팝 업계는 지난 2023년 세븐틴과 스트레이 키즈를 등에 업고 첫 1억장 판매 신화를 달성했으나, 지난해부터 꺾인 판매량은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톱400(앨범 판매량)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9090만장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6만 여장 적다. 지난해 총 음반 판매량이 9837만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음방 판매량은 1억 장은 커녕 9500만 여장도 아슬아슬하다.

 

김진우 써클차트 데이터저널리스트는 “올해 총 앨범 판매량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9000만 장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올 한 해 가장 많은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K-팝 가수는 스트레이 키즈다. 이들은 12월 둘째주까지 총 698만장을 팔아치웠다. 명실상부 ‘K-팝 톱티어’라 할만 하다. 이어 세븐틴(음반 판매량 323만 장), NCT위시(294만6500장), 엔하이픈(294만5500장), 보이넥스트도어(294만4400장), 제로베이스원(283만4000장) 등이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보이그룹의 지평이 빠르게 넓어졌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공백을 스트레이 키즈가 촘촘히 메우며, K-팝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면 NCT위시와 엔하이픈은 탄탄한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며 속도전에서 성공했다. 특히 엔하이픈은 ‘숏폼의 강자’로 새로운 흥행 문법을 읽어냈다. TV 오디션을 통해 결성된 엔하이픈은 틱톡 톱10 글로벌 아티스트 3위에 오르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테일러 스위프트, 배드 버니와 함께 톱3, K-팝 그룹으로는 최고 순위였다.

 

2020년대로 접어들며 에스파를 필두로 일명 ‘뉴아르’(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의 맹활약으로 ‘걸그룹 전성시대’가 시작됐으나, 올 한 해는 걸그룹이 유독 부진했다. 상위 15위에 이름을 올린 걸그룹은 아이브(273만 장), 에스파(237만 장), 엔믹스(139만 장) 뿐이었다.

 

엔하이픈 [빌리프랩 제공]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음반에서 ‘투어·MD’로


K-팝 음반 판매가 다소 부진했지만, 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음반 판매에서 걷어낸 불필요한 거품 대신, 그 빈자리를 새로운 매출로 채우고 있어서다. 바야흐로 ‘물리적 소유’와 ‘경험 소비’가 동거 중인 모양새다.

 

사실 2023년 1억 장 시대의 집계엔 ‘허수’가 많았다. 업계에선 1억장 달성의 요인은 팬덤간 과열된 경쟁 때문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각 아티스트의 팬덤들이 ‘초동 판매 1위’를 만들려고 혈안이 돼 기존 음반 판매량을 초과했다는 것이 공통의 목소리다.

 

한 가요기획사가 관계자는 “음반 판매에 각 사의 전략이 숨어있기에 여전히 사재기가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지나쳤던 경쟁의 거품은 꺼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음반 판매량은 더 떨어질 수 있으나, 그룹당 1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는 그룹들이 보편적으로 자리했다”고 봤다.

 

이처럼 앨범 판매량이 꺾였다 해도 K-팝을 위기라고 보진 않는다. 명실상부 ‘대전환기’라 할 만하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자문위원인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수석 연구원은 “K-팝은 위기가 아닌 시장의 고도화 과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K-팝 산업의 수익 구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전히 음반, 음원 매출이 가장 높지만 이젠 공연 매출이 음반·원과 맞먹는 수준으로 치솟으며 엔터사들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바야흐로 ‘투어의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UBS아레나에서 열린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아파트’로 ‘올해의 노래’상을 받은 로제가 웃으며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

 


최근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2025 박스스코어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인 하이브는 톱 프로모터 부문 4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세븐틴·엔하이픈이 소속된 하이브에선 월드투어로만 지난 1년간 총 4억6920만 달러(한화 약 6910억원)를 벌어들였다. 하이브는 소속 가수들이 총 213회를 공연, 전 세계에서 330만명의 관객과 만났다

 

공연으로만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K-팝 그룹은 스트레이 키즈(10위)다. 스트레이 키즈는 월드투어 ‘도미네이트(dominATE)’로 1억8570만달러(2734억여원)를 거둬들였다. 세븐틴은 1억4240만달러(2096억여원)로 전체 17위에 올랐다. 세븐틴은 북미 스타디움 공연 등을 진행하며 96만4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첫 솔로 투어를 개최한 제이홉은 매출 7990만달러(1176억여원)로 32위, 엔하이픈은 7610만달러(1120억여원)로 37위였다.

 

K-팝 투어가 지금처럼 강세였던 적은 없다. 빌보드에 따르면, K-팝은 올해 톱100 투어 매출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엔 5.1%, 2019년엔 4%였다. 2019년은 방탄소년단이 전 장르 톱 투어 차트에서 3위를 차지했던 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연장 기근에 시달리면서도 과거엔 대형 스타들만 채울 수 있었던 2만 석 규모의 아레나 공연장을 이제는 3~4년 차 이상의 아이돌 그룹도 매진시키는 등 K-팝의 저변이 넓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3분기 총매출 3216억원 중 콘서트로만 벌어들인 돈은 525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증가한 수준이다. JYP엔터테인먼트도 2326억원 중 공연 매출이 음반 매출(670억원)을 맹추격, 전년 대비 186.8%나 성장해 633억원을 달성했다. YG는 1731억원의 매출 중 공연으로 508억원을 벌어들였다. 블랙핑크가 월드투어를 진행하며 거둔 성과다.

 

 

‘콘서트’는 티켓 판매를 비롯해 굿즈(MD) 매출의 동반 성장을 가져온다. 실제로 4대 기획사의 MD·라이선싱 매출은 전체 매출의 19~31%가량 차지한다. 지난 3분기 기준 하이브는 전체 매출 7272억원 중 MD(굿즈상품), 라이선싱, 콘텐츠, 팬클럽 등을 아우르는 ‘간접 참여형 매출’은 2498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1.9% 증가했다. 가장 비중이 큰 MD 및 라이선싱 부문 매출은 1683억원으로, 70%가량 늘었다. 소속 아티스트의 월드투어 중 응원봉, 지식재산권(IP) 기반 캐릭터 상품의 판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SM은 503억원, JYP는 400억원, YG는 281억원 등이나 됐다.

 

김윤지 연구원은 “팬들은 단순히 차트 순위를 위해 앨범을 사재기하는 것보다, 굿즈 구매나 콘서트 관람 등 실질적인 효용과 경험을 주는 쪽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며 “K-팝은 자본시장에 상장, 자본 조달 능력을 갖춘 시스템 산업이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578752?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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