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병기 아내 “체크해보세요”…구의원 일 시킨 ‘920호 소통방’
텔레그램 대화방에 드러난 갑을관계
“밤에도 전화 올 만큼 지시 많았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부인이 보좌진과 서울 동작구의회 의원들까지 포함된 메신저 대화방에서 정치 동향 파악, 김 원내대표 일정 조율, 지역 현안 등을 지시한 정황이 28일 확인됐다. 앞서 동작구의회 부의장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김 원내대표 부인이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더해, 김 원내대표 가족이 보좌진, 지역 의원과 부적절한 ‘갑을 관계’를 형성했다는 의혹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겨레가 확보한 ‘920호 소통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방 대화 내용을 보면, 김 원내대표 부인 이아무개씨는 2024년 1월25일 당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장이었던 김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 갈무리(캡처) 사진을 올린다. 920호는 김 원내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 번호다. 이에 동작구의회 ㄱ의원은 “확인하겠습니다, 사모님”이라고 답하고 보좌진들도 “확인하겠습니다 사모님”, “네 사모님” 등 답변을 이어간다. 통상 기초의원 선거에선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구의원 후보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국회의원 눈 밖에 날 경우 다음 선거에서 공천이 어렵다. 이 대화방은 김 원내대표와 부인 이씨, 민주당 소속 동작구의원들과 김 원내대표의 보좌진 등이 참여했으며, 현재 부인 이씨 아이디는 ‘탈퇴한 계정’으로 표시된다.
실제 김 원내대표 일정은 물론 지역구 현안, 정치 동향 등 이씨의 대화방 지시 내용은 다방면에 걸친 모습이다. 가령 2024년 1월8일 부인 이씨는 ‘대방동 파크골프장 조성 안내’가 적힌 문서 사진을 올리며 “체크해보세요”라고 지시한다. 이에 동작구 ㄱ의원은 “네 알겠습니다. 예산 때 확인한 바로는 세곳 정도의 후보지가 있었는데 확정인지 확인하겠습니다”라고 답한다.
같은 해 4월에는 파일과 함께 “내용 중 발췌해서 현수막 걸면 어떨까요?”라고 물은 뒤 “살펴보겠다”는 보좌진의 대답에 “빠른 시간 내 부탁한다”고 재차 지시했다. 당시 대화방에 참여한 한 비서관은 한겨레에 “밤에도 종종 전화가 올 정도로 사모님 지시가 많았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 쪽은 이와 관련해 “지시 성격이 아니라 애초 지역 현안을 다루는 지역위원회 소통방”이라며 “지역 사무국장, 구의원, 김 원내대표와 부인이 중심으로, 국회 보좌진 3명이 참여한 형태”라고 밝혔다. 또 “지역구 내 주민 의견 등을 공유한 공간으로, 부인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 것일 뿐 특별한 지시를 일방적으로 내린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 원내대표 부인은 서울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받아 쓴 정황도 드러났다. 한겨레가 확보한 통화 녹취를 보면,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은 김 원내대표 전 보좌관과 2022년 8월 통화에서 “7월12일부터 사모님이 (법인카드를) 쓴 게 8월26일까지”라며 “사모님이 쓴 게 27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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