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중음악계는 '다중 중심', 평론가 11인이 꼽은 최고 앨범·노래는

걸그룹 엔믹스.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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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대중음악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구심점의 부재’라 할 수 있다. 정병욱 평론가는 “주류와 인디 신(Scene) 모두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유난히 압도적인 이름 없이 다양한 중심이 존재했던 해”로 규정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교체’를 올해의 열쇠 말로 꼽았다. K팝을 비롯한 전체 대중음악 산업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으며, 대중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K팝에 절대강자가 없었다는 건 아티스트의 개성에 맞게 밀어붙이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며 “인디 장르에서도 한로로, 터치드처럼 사실상 K팝과 유사한 방식의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아티스트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디밴드 추다혜차지스. 소수민족컴퍼니 제공
‘절대강자’는 없지만 여러 평론가가 한목소리로 추천하는 앨범은 있었다. 샤머니즘과 펑크(funk), 레게, 힙합, 재즈, 록을 융합해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 추다혜차지스가 4년 만에 발표한 역작 ‘소수민족’이 주인공. 6인의 평론가에게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됐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한국 전통음악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지금의 음악을 맛깔스럽게 버무린 음악”이라고 호평했다. 정병욱 평론가는 “단순히 우리 음악이나 지역성의 외연이 아니라 글로벌 대중음악의 외연 자체를 넓힌 앨범”이라고 극찬했다.
이찬혁의 ‘에로스(Eros)’는 앨범 완성도는 물론 수록곡 ‘멸종위기사랑’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앨범과 노래 모두 4인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타인의 죽음에서 시작해 내면의 결핍과 이를 수용하는 태도,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이 앨범에 대해 조혜림 음악콘텐츠 기획자 겸 대중음악평론가는 “인간의 완벽하지 않은 사랑을 더욱 서정적으로 풀어낸, 상실과 연대의 메시지를 진하게 담은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찬혁.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역수염의 멤버이기도 한 기타리스트 반재현이 이끄는 밴드 반(baan)의 두 번째 정규 앨범 ‘노이만(Neumann)’도 올해가 지나기 전 꼭 한 번쯤 들어봐야 할 앨범이다. 4인의 평론가가 추천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하드코어와 헤비메탈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어법을 가져와 새로운 사운드를 완성했다”면서 “그 맹렬함과 독특함이 독보적”이라고 호평했다.
K팝 그룹 가운데선 유일하게 엔믹스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 앨범이 한 차례 언급된 것에 더해 '블루 발렌타인' 등 4곡이 고른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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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록 밴드 '반(Baan)'. 반 제공
신인 가운데선 베이시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우희준이 독보적인 활약을 보였다. 데뷔작 ‘심장의 펌핑은 고문질’은 두 차례, 수록곡 ‘넓은 집’은 세 차례 호명됐다. 정원석 평론가는 “올해 최고의 신인이자 전에 없던 독창적 유형의 음악가”라면서 “동요풍 노래부터 실험적인 록 음악까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담고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새롭고 신선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 앨범”이라고 극찬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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