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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개처럼 뛰어도’ 쿠팡 배송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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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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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지옥도② “신선 마감 문자에 혈압이 확확”
‘최고 효율’ 앱으로 실시간 감시…매년 물량 늘어나는데 단가는 줄어

https://img.theqoo.net/bwSazA


주간배송 6일차 1회전 출차 전 물품을 분류하고 있을 때였다. “아이 ××, 지훈아 일로 와봐. 이것 좀 봐라. 얘네(쿠팡) 또 시작이다.” 옆 라우트를 맡은 택배기사가 문지훈을 불렀다. “왜요? 또 무슨 일이야?” 문지훈과 함께 가보니 이미 분류 단계에서 찢어진 상자 안에 팩주스 24개입짜리 상자 4개가 들어 있었다. 현장에선 이런 물품을 ‘합포장’이라고 불렀다. 그 옆에는 큰 상자 3개를 테이프로 칭칭 감아놓은 것도 있었다. 한 배송지에 여러 개의 물건이 가면 건당 단가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한 건으로 만들기 위해 쿠팡에서 일부러 물품을 합쳐놓은 것이다.


“하, 진짜 양아치 새×들.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문지훈이 말했다. 기자가 2주 동안 물품을 분류하며 확인한 합포장 물건은 그 수를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판매처에서 직접 포장한 물품보다 쿠팡에서 다시 포장한 물품이 많았는데, 배송지가 같으면 적게는 한두 개에서 많게는 10개 넘는 물품을 하나로 합쳤다.


게다가 합포장으로 발생하는 고객 불만은 고스란히 택배기사들의 책임이 됐다. 문지훈이 찢어진 상자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보시면 상자가 얇지요? 얇은 상자에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을 다 섞어 넣으니까 균형이 안 맞아 상자가 찢어지고 뭉개지는 거예요. 트럭에 실으면 큰 상자 위에 또 상자를 올려야 하는데, 이런 건 생각도 안 하고 다 합포장하니까 뭉개져요.”


https://img.theqoo.net/DNOJug

합포장은 쿠팡의 시스템이 점점 나빠진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문지훈은 쿠팡이 처음부터 합포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1년 반 정도 된 거 같아요. 이전에는 이렇게 다 합쳐놓지 않았거든요.”


쿠팡 택배기사들은 처음 쿠팡에서 일할 때만 해도 조건이 좋았다고 했다. “옛날에는 다른 택배기사들이 부러워했어요. 우리는 분류도 없었지, 이형(대형 화물이거나 중량 25㎏ 이상 화물)도 없었고 반품도 회수만 하면 됐거든요” 진선우가 별도의 공간에 정리된 이형 물품을 트럭으로 가져오며 말했다.


https://img.theqoo.net/boapti

제1·2차 택배 사회적 대화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쿠팡을 제외한 대부분의 택배회사가 배송 전 분류 노동을 택배기사들에게 전가했다. 당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던 쿠팡은 20~30명 정도 물품을 분류하는 인력이 따로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분류 인력이 사라졌다. 반품을 회수해 처리하는 절차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반품 담당 직원이 캠프에 있어서 회수만 해오면 반품 운송장을 붙이고 처리하는 것까지 도맡았다. 지금은 그 업무도 택배기사가 한다. 애초의 좋았던 조건은 택배기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었던 셈이다.


반품이 가장 많이 들어온 주간배송 이틀차, 기자는 반품 40여 개를 직접 처리해봤다. 사무실에서 운송장을 뽑은 뒤, 운송장마다 쿠팡이 시스템에서 분류한 대로 표시했다. 이후 운송장을 하나하나 뜯어서 붙였다. 반품 개수와 택배 개수가 맞지 않으면 다시 앱을 확인한 뒤 추가 운송장을 뽑아야 했다. 스티커를 붙인 반품은 쿠팡이 만든 분리수거장 같은 곳에 분류했다. 40개 반품을 처리하는 데만 약 40분이 걸렸다.


보통 주간 택배기사들은 캠프에 늦어도 오후 2시까지 들어와 3시30분에는 출차한다. 물건을 분류하고 적재하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반품 처리에 프레시백까지 정리하려면 일분일초가 모자란다. 반품이 많은 날 2회전 출차가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자체 3회전으로 이어진다. 반품과 프레시백은 각각 건당 수수료를 받지만 배송 수수료에 견줘 턱없이 낮다.


김호준은 이런 쿠팡의 시스템을 “악의 구렁텅이”라고 표현했다. 좋은 조건에서 시작했지만 배송 외 업무가 조금씩 늘어나 정신 차렸을 땐 이미 구렁텅이에 깊게 빠져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미 벗어나긴 늦었다. 문지훈은 이렇게 말했다. “쿠팡이 잘하는 게, 처음에 한번 찔러봐요. 그러다 항의하면 ‘아니야, 그냥 실수야’ 이렇게 하거든요. 그런데 이후에 다시 찔끔찔끔 찔러보면서 기사들이 결국에는 적응하게끔 하는 거예요.”


(중략)


https://img.theqoo.net/qJXSWR

“여기가 다른 건 몰라도 앱은 진짜 잘돼 있어요. 타 택배사들에 비해 앱은 쿠팡이 제일 좋아요. 이용하기도 정말 쉽고, 래그도 안 걸리고요.”

심야배송 첫날, 김호준은 이런 말을 했다. 이후 만났던 쿠팡 택배기사들도 주간과 야간 할 것 없이 입을 모아 ‘쿠팡플렉스’ 앱을 칭찬했다. 이 앱은 쿠팡이 택배기사들의 배송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핵심 장치다.


기자도 쿠팡플렉스 앱을 깔아 2주간 사용했다. 앱은 1분 만에 사용법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었다. 지도 기반의 인터페이스 화면엔 건물에 회수해야 할 물품 개수와 배달해야 할 물품 개수가 뜬다. 그 숫자를 누르면 세부 주소 내역이 나오고, 주소를 클릭하면 사진을 찍어 첨부할 수 있다.


앱은 기사들에겐 고객이자 회사이고 내비게이션이었다. 운전할 때도, 물품을 들고 있을 때도 이 앱은 켜져 있어야 했다. 기자는 배터리가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보조배터리를 꽂아 완충했는데, 일 시작 전 100%를 채워서 갔음에도 두 번 이상 완충해야 했다. 택배기사들은 그것도 모자라 휴대전화 두세 개를 들고 다녔다.


앱은 쿠팡으로 하여금 개별 택배기사의 배송 효율을 감시하고 압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배송 실적이 기록돼 마감까지 신선식품이 얼마나 남았는지, 전체 배송은 얼마나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실적이 라우트별로 모이고, 캠프의 실적이 되어 일종의 ‘점조직’처럼 서로 감시하고 옭아맨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새로운 노동통제와 사용자 책임 은폐 구조: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 사례연구’(고태은·이승윤, 2025)는 쿠팡플렉스 앱을 이렇게 설명한다.


 “디지털 기기는 업무 지시뿐만 아니라 감시와 평가 도구로 활용된다. 노동자들은 바코드 스캔과 사진 촬영을 요구받고,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관리자나 대리점을 통해 확인된다. 관리자들은 실수한 노동자 문책, 느린 노동자 압박, 빠른 노동자에게 추가 업무 할당 등 실시간 감시를 통해 노동자를 더 강하게 종속시킨다.”


(중략)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쿠팡의 물류 배송 담당 계열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례는 최근 4년간 1336건에 이른다. 이 회사의 2024년 기준 산재율은 2.2% 수준으로, 국내 전체 산재율(0.67%)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건설업(1.65%), 운수업(1.21%), 제조업(0.8%) 등 산재 다발 업종보다도 높은 수치다. 산재 신청 건수는 2023년 422건, 2024년 474건을 기록했고 2025년은 10월까지 397건이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산재로 지워지는 자리는 쿠팡이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다른 택배기사들로 끊임없이 채워진다. 그렇게 쿠팡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굴러가고 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5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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