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임을 앞세워 이번 사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김 의장은 사과문에서도 쿠팡 사태가 마치 ‘봉합’된 것처럼 밝혔다. “지난 한 달간 매일 지속적인 노력 끝에,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유출된 고객 정보 100% 모두 회수 완료했다”는 것이다. 사과가 늦어진 이유로는 “고객 정보를 100% 회수하는 것만이 ‘신뢰 회복’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렇게 달려오다보니 소통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그간 제기된 부실한 보안 의혹 등과 관련해선 “많은 오정보가 난무”했다며 깎아내리기도 했다.
김 의장은 왜 정부와의 충돌을 키우는 것일까. 정보기술(IT)·유통·법조계 등 관련 업계에서는 “계산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해킹사고를 겪은 한 기업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될 소송과 과징금 산정에 대비해, 법리적으로 유리한 ‘자료(레퍼런스)’를 쌓으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평판 관리를 우선시하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미 테크 기업 소송을 다수 수행해온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사태의 진실에는 둔감할 수밖에 없는 미국 주주들을 향한 메시지 관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무법인 지향은 쿠팡의 자체 조사 및 발표가 “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에 해당한다며, 지난 26일 김 의장과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정부 제재 예고가 ‘엄포’에 그칠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의 전 직원 A씨는 “쿠팡은 그동안 각종 정부 지적에 형식적인 개선책을 내놓으며 대응해왔지만, 매번 정부 평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강력한 제재 수단을 검토하고 있지만 쿠팡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징벌적 과징금 신설(매출 대비 3%→10%), 집단소송과 유사한 효과를 내기 위한 단체소송제 개편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법적으로 소급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영업정지 역시 입점업체와 소비자 피해를 고려할 때 실제 집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세청은 세무조사에서 쿠팡 한국 법인과 미국 본사 간 자금 흐름까지 들여다볼 것으로 보여,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검증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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