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이라 범행 당일 부모 인계 귀가
장기 10호 처분...최대 소년원 2년 정도
전과 안 남아, 지금쯤 고등학교 2학년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왜 내 이야기를 하고 다녀?”
만 11세 초등학생끼리 흔히 다툴 수 있는 주제다. 그러나 A양은 달랐다. 피해자 B양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이때가 2019년 12월 27일이니 A양은 지금쯤 고등학교 2학년쯤 됐을 것이다. 아무런 전과도 남지 않은 채 어디선가 태연히 살아갈 A양과 그렇게 빛이 바스라진 B양 이야기를 다뤄본다.
크리스마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연말 저녁 7시 40분쯤 경기 북부 지역에서 초등학교 5학년 A양이 자신의 조부모 집에서 친구 B양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발적인 살인도 아니었고 흉기를 한 차례만 휘두른 것도 아니었다.
B양은 피를 흘리며 간신히 그 집에서 도망쳐 나와 복도에 쓰러졌다. B양을 발견한 이웃은 공포에 찬 비명을 질렀고 이를 들은 경비원이 달려와 급하게 119에 신고했다. 그러나 B양은 병원으로 이송 도중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집 안에 있던 A양을 긴급체포했다. 검거 당시 A양은 집 안에서 B양 혈흔을 지우고 있었다고 한다. 집을 찾아온 경찰이 B양에 대해 묻자 A양은 당초 ‘B양을 모른다’고 거짓말 했다. 하지만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곧 범행을 자백했다.
A양은 경찰에 “내 부모님이 이혼했다고 B양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소문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두 여학생은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지만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서로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양은 경찰에 사건 발생 한 달 전부터 다른 친구들로부터 ‘B양이 네 가족에 대해 험담하고 다닌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이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양이 실제 험담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양은 범행 당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건 당일 석방 돼 집으로 돌아갔다.
촉법소년은 일반적인 형사사건 기소에 비해 수위가 낮은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수감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물론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A양은 이튿날 바로 소년분류심사원에 인치됐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비행 청소년 등을 위탁받아 수용하는 법무부 소속 기관이다.
법원은 청소년이 저지른 범행의 내용이 가볍지 않거나 반복해서 범행을 저지를 우려가 있는 경우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결정한다. A양이 저지른 사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지법 소년1단독 왕지훈 판사는 초등학교 동급생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A양에게 보호처분 가운데 가장 무거운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을 내렸다.
‘장기’라고 해서 십몇 년, 몇십 년씩 가둬놓는 건 아니고 단기는 6개월, 장기는 최장 2년간 소년원에 송치받아 수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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