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두 사람은 시상식이 열린 11월 29일 다시 만났습니다. KBS에서 생중계된 '굿 굿바이' 퍼포먼스는 말 그대로 두 사람의 즉흥 무대였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굿 굿바이' 사전 연습을 하지 못했습니다. 박정민이 시상식 후보자로 레드카펫에 서야 해 생방송 전 합을 맞추기가 행사 일정상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생중계 화면엔 잡히지 않았지만, 박정민은 화사가 무대에서 맨발로 노래하는 걸 보고 무대 아래에서 "맨발이네"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사전 리허설이 없었기 때문에 박정민이 화사가 맨발로 노래하고 있는 걸 그때 처음 안 겁니다.
박정민은 무대 아래에서 화사를 만났습니다. 제작진은 일부러 박정민을 무대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무대에서 다시 만나면 너무 쇼 같아 보일 것 같아서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카메라는 박정민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화사가 노래하고 박정민이 화사를 바라보는 모습을 1분여 동안 비췄습니다.
반전은 따로 있었습니다. 노래를 마친 화사가 퇴장하고 박정민이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화사의 구두를 주운 뒤 경박한 목소리로 "구두, 구두 가져가"라고 한 것은 박정민의 애드리브였습니다. '박정민 청룡열차'를 탄 여성 승객분들이 '심쿵'했던 그 장면, 애초 대본에 없었던 겁니다. 강 PD의 말입니다. "그걸 보고 우리(제작진)도 빵 터졌어요. 영화제가 끝난 뒤 (박)정민씨가 한동안 잠적을 했어요. 나중에 들은 얘긴데 영화제 축하 공연 관련 CF 출연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걸 다 고사했다더라고요." 올 연말, 박정민이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로 관객을 만나기 직전 상황입니다. 여기까지 '박정민 청룡열차' 탄생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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