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K팝의 성과를 아시아 권역 단위로 확인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한·중·일 등 K팝 주요 시장의 음원 성적을 모아볼 수 있는 차트를 만들고 있어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에 아시아 권역 차트가 도입되면 K팝 흥행 성과를 가늠할 새로운 성과지표가 추가된다. 그동안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K팝 주요 시장이 아시아에 있음에도 북미 빌보드 차트 순위에 성과 판단을 의존해 왔다.

26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의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텐센트뮤직, 라인뮤직은 2026년 상반기 중 멜론에 ‘K팝 아티스트 차트(가칭)’를 공개한다. 해당 차트는 탑100, 핫100 등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멜론 차트와 달리 아시아 권역을 다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한국), 텐센트뮤직(중국 대륙 및 동남아시아), 라인뮤직(일본)이 이용자 활동 및 이용 관련 데이터를 종합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텐센트뮤직과 라인뮤직이 각각 중국과 일본의 핵심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운영사라는 부분이다. 특히 텐센트뮤직이 운영하는 쿠거우뮤직, QQ뮤직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국내에서 중국 내 K팝 소비 관련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내 K팝 엔터테인먼트 업계뿐 아니라 K팝 아티스트를 광고 모델 등으로 활용하려는 다른 산업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K팝이 K컬처 열풍을 주도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지는 공개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K팝 아티스트의 성과지표로는 미국 빌보드 입성과 빌보드 순위 유지 기간 정도만 사용돼 왔다.

유튜브·스포티파이 등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이 중국에서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1위 유튜브 뮤직과 3위 스포티파이 사이에서 멜론이 아시아 권역 차트로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 아시아 권역 차트는 멜론에만 서비스된다. 업계는 그동안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K팝 팬덤 데이터를 분석할 새로운 지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는 “차트가 갖는 산업적 의미를 고려했을 때 멜론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성장한 K팝 권역차트가 생기는 건 K팝이 상당한 규모를 갖추게 됐다는 유의미한 일이다”라며 “다만 음원 차트는 구매 데이터가 보이는 차트가 아니라 공연수요 예측 등 사업적 관점에서 어떻게 차트를 해석할 수 있을지는 결과물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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