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연방법 차원에서 주당 근로시간의 '절대 상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주 40시간을 넘기면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해 장시간 투입에 비용을 붙인다. 미국 노동부는 공정근로기준법(FLSA) 적용 대상 근로자에 대해 주 40시간 초과분을 통상임금의 1.5배로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더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더 일할수록 비싸지는 구조다. 초과근로가 늘면 인건비가 즉시 불어나고 상시화될수록 비용 부담도 구조적으로 누적된다. 인력 의존도가 높고 일정 변동이 잦은 게임 산업에서는 초과근로의 상시화가 곧 인건비의 상시 팽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은 '근로시간 지침'을 통해 회원국이 보장해야 할 근로시간의 최소 기준을 정한다. 핵심은 초과근로를 포함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48시간으로 제한하는 데 있다. 하루 11시간 연속 휴식 등 최소 휴식시간 보장도 함께 규정한다.
이런 규정 아래에서는 장시간 투입을 상시 운영 모델로 굳히기 어렵다. 주당 평균 상한 자체도 48시간으로, 주 52시간을 상한으로 둔 한국보다 낮다.
정부·여당·노조 '예외'에 온도차
국내에서는 정부(고용노동부), 여당(더불어민주당), 게임 노동조합(노조)이 예외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사업장 감독계획'에서 고의·상습 법 위반에 대한 엄정 대응과 현장 변화 유도를 내걸며 준수와 감독 기조를 강화했다. 근로시간 상한을 흔드는 입법 대신 특별연장근로를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인가한다는 원칙을 반복해 왔다.
다만 게임업계만을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는 노사정 대화 테이블을 열고 노동시간 제도를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제도 전반의 개편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논의 단계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각계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기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G STAR) 2025' 현장에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더불어민주당에 중국의 '996제'를 예로 들며 '주 52시간제의 탄력적 운영'을 건의했다. 996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월~토), 즉 주72시간을 일하는 중국 일부 기업의 불법적인 고강도 근무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작성한 '게임협회 측 건의사항 및 정책위 검토의견' 자료에서는 '996제'가 중국 내에서도 불법이라는 점을 짚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에도 재량근로제·선택근로제·탄력근로제·특별연장근로 등 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제도 바깥의 '상시 초과'로 이어지는 접근에는 거리를 뒀다.
노조는 더 직접적으로 반대한다. 정보기술(IT)·게임업계 노조로 구성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논의에 대해 '노동시간 규제 완화는 노동자를 소진시키는 방식'이라는 취지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노영호 웹젠노조 지회장(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위원)은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현업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은 주 52시간을 상한으로 둔 현행 근로시간제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다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이는 일방적인 조직문화가 문제라고 보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구도에서는 게임업계가 요구해온 예외 확대가 단기간에 제도화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논쟁의 초점도 '해외는 다 그렇게 한다'는 주장으로 옮겨가기보다 제도 현실에 맞춘 구체 쟁점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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