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강서구 마곡나루역 앞에 모인 열댓명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이들에게 "혹시 '경도'(경찰과 도둑) 하러 오셨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경찰과 도둑은 일종의 술래잡기 놀이로 도망 다니는 '도둑'과 이를 잡는 '경찰'로 역할이 나뉜다. 이날 모인 이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중고거래 앱 '당근'을 통해 모집된 사람들이었다. 총 인원이 모이자 22명이나 됐다.
이들은 단체로 체조를 하고 '얼음땡'으로 몸을 푼 뒤 쫓고 쫓기는 경찰과 도둑 놀이를 2시간 반 동안 했다.
처음엔 서로 어색해 보이던 이들이 게임을 하느라 한참을 뛰어다니더니 농담을 주고받고 같은 팀을 격려하며 친해졌다. 가져온 간식을 나눠 먹고 헤어지기 전 서로 SNS 계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날 모인 이들은 모두 20대 젊은 층이다. 모르는 사람들과 뛰어놀며 동심을 찾고 싶어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나왔다고 했다.
박준범(23)씨는 "'솔로파티' 같은 모임은 목적성이 다분한데, 여기서는 모여서 부담 없이 웃고 떠들 수 있어 좋다"라며 "전에 경험해본 걸 성인 돼서 다시 하며 동심, 향수를 느낀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나온 직장인 김모(24)씨도 "초등학생 때는 반 친구들과 경찰과 도둑 놀이를 했는데 중학생 때부터 안 했던 거 같다"고 회상하며 "옛날로 돌아가서 뛰어놀려고 나왔다"고 했다.
과거 유행하던 이 술래잡기 놀이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시 인기를 끌면서 참여자를 모집하는 공고가 자주 올라온다. '당근' 앱에는 2천명쯤 모인 방도 있다고 한다.
강서구에서 모임방을 운영하는 김서영(18)씨는 "처음에는 방 인원이 2∼3명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200명이 됐다"며 "온라인에선 (실제로) 만나는 걸 상상도 못했는데, 놀이를 기회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동네 사람들도 알게 됐다"고 했다.
옛날 어린 아이들이 하던 놀이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현상에 대해 과거에 대한 향수와 익명성 등을 배경으로 꼽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를 재해석해 힙한 문화 트렌드로 승화시키려는 젊은 세대의 기지가 숨어있다"며 "익명으로 진행돼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