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웬만큼 경험한 사람이라도 폭이 좁은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판단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사각지대 투성이다. 누구나 자기 나름의 인생을 필사적으로 살아가기 바쁘다 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며 연애를 하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연애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생각과 인격을 가진 상대가 걸린 문제다. 자신의 관점으로만 판단하는 한 객관적 예측은 물론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는 일도 불가능하다. 상대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연애는 혼자서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연애가 잘 풀리지 않는 이유는 이쪽에서 뭔가 실수를 했거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본인은 전혀 깨닫지 못하는 무언가가 어긋난 것이다. 샤람과 사람의 만남을 좌우하고, 그 만남을 결실로 맺게 하기도 하고 불행의 구렁텅이로 떨어트리기도 하는 것. 그것은 '운명'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사람들이 '운명'이라 부르는 것이 실은 하늘의 뜻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 편중과 불안정한 애착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연애에서 말하는 운명도 마찬가지다. 이 점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법을 배운다면, 역술가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거나 팔자라며 한탄하는 일 없이 행복한 인생을 쟁취할 수 있다.
남자 복, 여자 복 운운하며 팔자 타령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항상 비슷한 사람만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은 상대가 바뀌었으니 이번에야말로 행복해지리라 기대하며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만, 상대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을 뿐 본질이 똑같다면 과거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다. 요컨대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없으면 과거의 연인과 비슷한 사람만 만나도 본인은 새로운 타입을 만났다고 착각한다.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다면서 짝사랑만 한다고 한탄하는 사람들도 착각에 빠져 있긴 매한가지다.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은 사람은 어쩌다 좋은 인연이 제 발로 찾아오는 행운아이고,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는 사람은 운명의 짝과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불운한 사람이라는 착각 말이다.
실제로 이성과 만날 기회가 많은 사람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며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라도 자신을 어필할 줄 모른다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붙잡기 힘들다. 때로는 전혀 달갑지 않은 부류만 접근해온다. 이런 차이를 모른 채 신세 한탄만 하다가 하찮은 상대에게 덜컥 마음을 줘버리기도 한다. 낚싯줄도 늘어뜨리지 않았는데 양동이 안으로 천생연분이 첨벙 뛰어들어 오는 일은 평생 가도 일어날 리 만무한 기적이다.
짝사랑만 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상대와 어울리지 않는 상대를 분간할 줄 모른다. 아무리 근사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면 연애가 성립될 리 없다. 굳이 어울리지도 않는 사람에게 잘못된 접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연애를 잘 못하는 사람은 이렇게 늘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인간은 자유의사를 지닌 존재다. 자유로이 생각하고 결단하고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이나 결단하고 행동하는 방식 모두 의식하지 못하는 무언가에 얽매여 있다. 속마음과는 다른 선택을 하거나 가장 원하는 바를 제일 먼저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토록 후회해놓고는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간은 행복한 삶을 바라며 살아가면서도 일부러 행복을 멀리하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팔자가 이런 걸 어쩌겠어" 하고 체념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하늘의 뜻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흘러간다는 운명론은 천동설과 동일한 오류의 결과다. 운명처럼 보여도 실은 나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비슷한 사람을 만나 비슷한 수법에 당하고 비슷한 결말을 맞이하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어떤 사람은 열정적인 연애 끝에 결혼까지 했으나 배우자를 배신하고 헤어지기를 되풀이했다. 또 어떤 사람은 사랑하면 할수록 상대를 옭아매다 어느새 폭력을 일삼는 습관이 있었다. 저마다 마음속에 자리한 인격 편중이 동일한 만남과 연애 과정을 유도해 비슷한 결말을 반복하게 했다.
나침반도 없이 사막을 걷다 보면 똑같은 곳을 계속 맴돈다고 한다. 좌우 다리 길이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앞으로 곧잘 걸어간 듯 해도 어느새 거대한 원을 그리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쪽으로 치우친 우리의 마음과 행동은 우리도 모르는 새에 비슷한 인생행로를 걷게 만든다. 세월이 흘러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또다시 똑같은 궤도를 지나왔음을 깨닫게 된다.
운명으로 보이던 것이 실은 나 자신의 인격 편중이 그려낸 거대한 원이었던 것이다. 똑같은 곳만 빙빙 돌며 팔자 탓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곧장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견고한 나침반과 지도, 즉 객관적 지침이 필요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두루뭉술한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 더 명확하게 당신은 이쪽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객관적으로 알려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나의 인격 편중을 인식하고 바로잡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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