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시·도를 통합하는 중차대한 사안에 핵심 영역인 교육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건 당연하다.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적인 절차란 얘기다.
국민의힘 성일종 국회의원(충남서산·태안)이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행정통합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제 제도 설계를 논의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충남교육청은 국회에 발의된 특별법안에 대해 교육계와의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며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예컨대 대전 동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가 충남 태안의 학교로 발령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구역 통합은 지도 위의 선을 바꾸는 일이지만,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는 생활권과 교육 환경 전반이 달라지는 문제다. 이런 변화가 충분한 설명과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교육계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대전과 충남의 현직 교육감은 모두 3선 연임 제한으로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무주공산이 된 교육감 자리를 염두에 두고 출마를 준비해 온 인물만 양 지역에서 10명이 넘는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새로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 행정통합 특별법안 통과가 예상되는 내년 3월까지 불확실성 속에서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다.
만약 통합교육감 선거로 치러질 경우, 주자들은 투표까지 불과 석 달 남짓한 시점에 선거운동에 돌입해야 한다. 대전시민과 충남도민들이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려운, 이른바 ‘깜깜이 선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합단체장과 한 팀으로 출마하는 이른바 ‘러닝메이트’를 비롯해 지역별 선출 후 단계적 통합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러닝메이트 방식의 경우 교육감 선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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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의 속도가 교육의 시간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론을 서두르는 일이 아니라, 교육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충분한 논의와 신뢰의 축적이다.
<굿모닝충청>이 최근 개설한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모두의 지혜를 구합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한 충청인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교육정책은 단기간의 행정 효율 논리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며,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다양한 주체의 삶과 직결돼 있다. 그럼에도 교육청과 교원단체, 교육전문가들의 참여 없이 통합 구상이 논의된다면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행정통합이 진정 지역 발전을 위한 선택이라면, 속도전이 아닌 충분한 공론화와 함께 교육계를 포함한 각 분야의 목소리를 폭넓게 반영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제 행정통합 논의는 본격 시작된다. 교육계를 포함한 각 주체가 테이블에 함께 앉아 논의하는 과정만큼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속도가 아니라 신뢰,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 지금 이 논의에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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