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2021년 약 1조 2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이타카 홀딩스의 실제 자산이 728억 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식 발표된 순자산 2천억 원 가운데 1,250억 원이 실체 불분명한 '영업권'이었다. 이타카 산하 핵심 자회사 중 하나는 매출 0원에 순자산 1,150만 원이었다. 앞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공격한 것으로 의심되는 미국 PR회사 '태그 PR'에는 자산 10억 원짜리 회사에 335억 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 12월 18일 하이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취재진의 질의에 하이브 측은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자산 10억 회사에 335억, 의결권도 없이
하이브가 2024년 8월 1일 지분 51%를 인수한 태그 PR의 실체가 추가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 회사의 자산 총액은 10억 원에 불과했다. 앞서 보도에서 자산을 106억 원으로 추정했으나 공시 자료 재검토 결과 10억 원으로 확인됐다. 직원 6명인 회사에 2,500만 달러(약 335억 원)를 투자한 것이다. 회사 전체 가치를 약 700억 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하이브 사업보고서에서 또 다른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51% 지분을 취득했음에도 의결권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지분 51% 취득의 목적은 경영권 장악인데, 의결권 없이 335억 원을 투자했다. 정상적인 기업 인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태그 PR은 앞서 보도한 대로 할리우드에서 '역바이럴' 전문 업체로 악명 높은 회사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이 회사가 비방 캠페인을 벌인 피해자 7명 중 한 명이 민희진 씨였다. 하이브는 이 회사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2025년 3분기 전량 처분했다. 공시상 처분 손실은 8억 원. 335억 원 주고 산 회사를 약 38억 원에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권 빼니 실자산 728억
하이브의 이타카 홀딩스 인수 과정을 정밀 분석했다. 2021년 인수에 들어간 총 비용은 약 1조 1,889억 원이다. 당시 하이브는 순자산 약 2천억 원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영업권으로 8,294억 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9천억 원 가까운 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이다.
그러나 공시 자료를 뜯어보니 실상이 달랐다. 순자산 1,979억 원 가운데 영업권이 1,251억 원을 차지했다. 영업권은 기업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액이다. 실적이 부진하면 휴지조각이 된다. 영업권을 제외한 실자산은 728억 원에 불과했다.

728억 원짜리 회사를 1조 2천억 원에 인수했다는 뜻이다. 프리미엄은 공식 발표된 8,294억 원이 아니라 1조 원이 넘는다. 인수 당시 이타카는 자본잠식 상태였다. 설립 자본금 2,400억 원이 1,979억 원으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이런 회사에 대한 실사를 단 두 달 만에 끝내고 1조 원 넘게 배팅했다.
윤석준 전 대표, 공유오피스에 '유령 사무실'
이타카 인수 당시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는 윤석준이었다. 인수 후 스쿠터 브라운과 공동대표를 맡았다. 2023년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스톡옵션 수익률만 12,600%를 기록했다. 1조 원 넘는 투자 손실을 초래한 책임자가 막대한 보상을 받고 떠난 것이다.
취재진은 윤석준 전 대표가 새로 설립한 투자회사를 추적했다. 법인 등기상 주소지인 강남 사무실을 찾아갔더니 공유오피스였다. 관리 직원은 "윤 대표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실사를 했기에 728억 원짜리 회사를 1조 2천억 원에 샀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접촉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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