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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오세이사' 추영우, 미스 캐스팅 혹은 직무유기 [씨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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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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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되는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감독 김혜영, 이하 ‘오세이사’)는 매일 하루의 기억을 잃는 서윤(신시아)과 매일 그녀의 기억을 채워주는 재원(추영우)이 서로를 지키며 기억해가는 청춘 멜로로,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특히 원작을 영화화한 동명의 일본 영화가 지난 2022년 국내 개봉 이후 호평 릴레이와 함께 121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해 한국판도 기대를 모았다.

원작의 아성을 넘어서기 위해선 탄탄한 서사와 배우들의 섬세한 호흡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판 ‘오세이사’는 로맨스의 시작점부터 삐걱거린다. 거짓 고백으로 시작해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어가는 재원과 서윤의 감정선은 서사적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겉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의 밀도가 헐겁다 보니, 관객은 이들의 감정에 몰입이 될 리 만무하다. 점층적으로 쌓여야 할 로맨스의 빌드업이 부실한 탓에, 두 사람의 관계 변화는 설렘보다는 기계적인 설정값처럼 느껴질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쳐야 할 후반부다. 서윤이 기억을 잃은 후 이성이 아닌 감각으로 남은 사랑의 흔적을 더듬는 과정은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이 관통하는 핵심 구간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절정의 순간 ‘게 눈 감추듯’ 마무리에 급급한 모양새다. ‘머리는 잊어도 심장이 기억하는 사랑’이라는 메시지는 속도전에 밀려 휘발되고, 감정적 여운마저 끓는 점을 끝내 넘지 못한다. 관객이 서윤의 상실감과 혼란을 곱씹을 틈도 없이 전개되는 탓에, 영화가 강조하고자 했던 ‘감각으로 남는 사랑’의 여운은 깊이 있게 와닿지 않는다.

극의 몰입도를 깨뜨리는 가장 결정적인 패착은 주연 배우들의 역량 부족이다. 대사가 아닌 눈빛과 미세한 떨림으로 서사를 완성해야 하는 청춘 멜로에서 재원 역의 추영우와 서윤 역의 신시아는 시종일관 평면적이고 1차원적인 감정 표현에 그친다. 서로를 향한 애틋함이 묻어나야 할 장면에서도 두 배우의 건조한 연기는 그 어떤 감정의 파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감정의 결이 섬세하지 못하니 캐릭터는 생명력을 잃고, 영화 전체의 완성도도 함께 하락한다.

특히 남자 주인공 재원의 설정과 추영우의 비주얼 사이 괴리감은 극의 몰입을 산산조각 내는 주원인이다. 선천적 심장병을 앓고 있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시한부 캐릭터임에도, 스크린 속 추영우는 위화감이 들 정도로 건장하다.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감량하는 등 외형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면, 관객이 그 건장함마저 잊게 만들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간극을 메워야 했다. 하지만 추영우에게선 그 어떤 치열함도 찾아볼 수 없다. 외양을 바꾸려는 노력도, 부족한 설정을 연기로 설득하려는 시도도 전무하다. 캐릭터에 대한 기본적 이해조차 결여된 태도는 배우로서 명백한 ‘직무유기’에 가깝다.

이러한 비주얼과 설정의 불협화음은 결말이 주는 비극성을 반감시킨다. 관객이 재원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의 마지막을 안타까워해야 하지만, 건강해 보이는 외양 덕분에 비극적 상황 자체가 작위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멜로 영화의 생명인 남주인공에게 이입이 차단되니, 두 사람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질 리 없다. 결국 배우의 미스캐스팅 혹은 역량 부족이 영화 전체의 톤 앤 매너를 흔들어버린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너진 영화의 감정선을 그나마 지탱하는 것은 주연이 아닌 조연들이다. 서윤의 친구 지민(조유정)과 재원의 친구 태훈(진호은)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오히려 주연 배우들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감정을 조율하며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관객들이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보다 이들을 지켜보는 친구들의 시선에 더 깊이 이입하게 되는 주객전도 현상마저 발생한다. 이는 조연들의 호연을 증명하는 동시에, 주연 배우들의 부족함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드는 잔인한 대비효과를 낳았다.

결국 한국판 ‘오세이사’는 원작이 가진 힘에 기대어 출발했지만, 정작 리메이크작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증명하지 못했다. 한국판만의 차별화된 감성도, 신예 배우들의 연기적 성취도 남기지 못한 채 씁쓸한 뒷맛만을 남겼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

'오세이사' 추영우, 미스 캐스팅 혹은 직무유기 [씨네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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