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매번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실행할 수 있었던 ‘전략적 환헤지’를 시장 상황에 따라 재량껏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에 나서는 환율 수준이 시장에 알려져 있어 전략적 모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3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투자정책전문위원회, 보건복지부는 전략적 환헤지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하기 위한 협의체를 신설했다. 지난 15일 열린 기금위에서 전략적 환헤지의 탄력적 집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협의체는 최근 첫 번째 회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이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날 경우 해외 투자 자산을 헤지할 수 있는 전략적·전술적 환헤지 제도를 운용 중이다. 전략적 환헤지는 해외 자산의 최대 10%까지, 전술적 환헤지는 5%까지 할 수 있다. 전술적 환헤지는 기금운용본부가 재량을 갖고 집행할 수 있었지만 전략적 환헤지는 기금위를 열어 발동 여부를 논의하는 등 별도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번에 신설된 협의체에서는 기금위가 설정한 가이드라인 내에서 전략적 환헤지를 수시로 발동할 수 있도록 복지부와 기금본부에 권리를 위임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앞서 구성된 ‘4자 협의체’(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한국은행)에서도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전략적 모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만큼 관련 부처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협의체 관계자는 “환헤지 발동 규모와 시기를 더 모호하게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며 “전략 노출을 최소화하되, 기금위에서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할 수 있게끔 규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B업계는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을 1420~1430원대로 내다보고 있다”며 “지금 환율이 높은 수준인 만큼 기금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탄력적으로 헤지를 하는 것이 기금 이익에 도움이 되고, 시장 안정화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28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