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K팝 팬인데’…멜론, 중국·일본 지표 반영한 'K팝 차트' 만든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중국, 일본과 손잡고 ‘K팝 글로벌 차트’를 만든다. K팝의 글로벌 인기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했지만, 이를 하나의 지표로 묶어 보여주는 기준은 없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시도다. 플랫폼을 직접 해외에 내놓는 대신 차트라는 상징적 지표를 앞세워 멜론의 영향권을 국경 밖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중국(텐센트 뮤직), 일본(라인 뮤직) 주요 음원 플랫폼의 이용 데이터를 반영한 ‘K팝 아티스트 차트(가칭)’를 공동으로 출범한다고 23일 밝혔다. 텐센트뮤직 산하 QQ뮤직·쿠고우·쿠워·JOOX와 일본 라인뮤직의 이용량과 활동 지표를 통합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각 플랫폼에서 K팝 관련 이용 데이터를 멜론에 전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별도의 신규 차트를 만들 예정이다.
한·중·일 3국의 음원 데이터를 하나의 K팝 차트로 묶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아시아 핵심 시장의 K팝 소비 흐름을 단일 지표로 가시화하려는 첫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멜론 이용자는 국내 차트를 넘어 글로벌 K팝 트렌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아티스트와 기획사는 해외 활동 전략을 세우는 참고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차트 출범의 배경에는 기존 멜론 차트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멜론은 여전히 국내 K팝 성과를 대표하는 지표지만, 중국과 일본의 K팝 팬들은 멜론에 직접 참여할 수 없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중국·일본 팬들 사이에서도 K팝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현지에서는 멜론을 사용할 수 없어 차트에 참여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면서 “차트를 통해 해외 팬들의 소비 흐름까지 포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자체의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번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음원 플랫폼은 선점 효과가 강한 산업인데다 국가별 저작권 계약과 실명 인증 등 절차적 장벽이 높아서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플랫폼 확장 대신 각국을 대표하는 플랫폼과 손잡고 데이터를 연동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판단이다. 텐센트뮤직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압도적인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라인뮤직은 일본 내 약 9900만 명이 사용하는 라인 생태계와 결합해 있다.
업계에선 이번 협력을 두고 K팝의 글로벌 성과를 서구권 차트가 아닌 아시아 데이터 중심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빌보드 등 서구 지표와는 다른 아시아 시장 내부의 소비력을 독자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을 선점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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