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뭐 없다'는 마인드로 살아온 노숙인이 모인 노숙인 복지시설은 폭행이 일상이죠. 시설 관계자가 관리 감독 해도 질서를 유지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에요. '강제퇴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관리자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에요. 시설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경고를 하고 누적될 경우 강제퇴소 절차가 마련되어야 예비 입소자를 위해서라도 공평하겠죠. 법적 보완 장치가 필요해요.
현행법상 노숙인 복지시설에서 입소자가 동료 입소자나 종사자를 폭행하거나 성범죄를 저질러도 시설 측이 이를 강제로 퇴소시킬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로 인해 시설 내 강력 범죄가 발생해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머무는 등 2차 피해 위험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현행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은 노숙인 시설의 입소 대상과 서비스 제공 기능만 규정할 뿐 구체적인 '퇴소 기준'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 입소자가 규칙을 위반하거나 범죄를 저질러도 시설장이 퇴소를 명령할 법적 권한이 모호한 셈이다.
입법 공백은 시설의 안전과 순환 기능을 마비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입소자가 종사자를 위협하거나 입소자 간 성추행 등 범죄가 발생해도 가해자가 퇴소를 거부할 경우 경찰 인계 외에는 즉각적인 분리 조치가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져 왔다.
익명을 요구한 노숙인보호시설 시설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상담과 치료를 통해 사회 복귀가 가능해진 입소자가 시설에 안주하며 장기 체류하는 경우에도 강제 퇴소시킬 근거가 부족하다"며 "정작 보호가 시급한 신규 노숙인이 입소 기회를 얻지 못하는 '복지 병목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소·퇴소 규정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가 뒤늦게 마련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등 11인은 지난 17일 노숙인 시설의 퇴소 기준과 절차를 신설하는 개정안(의안번호 15323)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입소자가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고 인정되거나 △다른 입소자·종사자를 상대로 폭행 또는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시설장이 지자체장에게 퇴소 심사를 의무적으로 요청하도록 했다.
폭행 및 성범죄 발생 시에는 시설장이 즉시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 조치하고 1주일 이내에 퇴소 심사를 요청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기존 법안에서 '둘 수 있다'고 규정해 유명무실했던 '입소·퇴소심사위원회' 설치도 '두어야 한다'는 강행 규정으로 변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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