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연애가 지닌 비이성적이고 광기에 가까운 힘이다.


도파민은 각성 작용을 해 뇌를 활성화한다. 그래서 연애를 시작하면 평소보다 빨리 잠에서 깨어난다. 수면 시간이 짧아지고 이리저리 왕성하게 움직이며 말도 많아지지만 피곤함을 잘 못 느낀다. 평소 감수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도 시심이 싹터 로맨틱한 글귀를 써내려가기도 한다. 사랑이 시작됐을 때 느끼는 한없이 감미롭고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은 뇌에서 증가하기 시작한 도파민과 뇌 속 마약이 만들어낸 도취와 흥분 상태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인간의 뇌는 지쳐버린다. 차츰 피로가 쌓이는 것이다. 지나치게 예민해진 신경은 자꾸 짜증이 나거나 괜히 서글퍼지고 즐거워야 할 때 침울해지기도 한다.
이런 상태는 각성제나 코카인 같은 약물을 사용할 때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황홀감에 빠지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어느덧 처음의 행복감은 희미해지고 신경이 곤두서거나 갑자기 기분이 불안정해지며 머릿속은 오로지 약 생각뿐이다.

마찬가지로 연애도 시간이 흐르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도 처음처럼 행복하진 않으나 곁에 없으면 불안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연애 상태의 뇌는 도파민 중독이 일어난 약물 중독 환자와 흡사하다.
약물 중독 환자는 약만 손에 넣으면 당장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연애는 상대가 인간이다. 데이트를 거절하기도 하고 생각만큼 나에게 애정을 보이지 않는 등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매사 이성적이고 똑 부러지던 사람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변한다.

말하자면 연애 상태의 뇌는 광기와 종이 한 장 차이다. 연애를 계기로 정신 질환을 앓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뇌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고려해보면 무리도 아니다. 연애는 그만큼 사람을 미칠 듯한 비정상 상태에 빠뜨린다. 일종의 '이상 심리' 상태라 할 수 있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인간은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지도 모를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더욱 판단 착오를 일으키기 쉽다.
더욱이 연애는 상대가 있는 이야기다. 나는 평정심을 잃지 않아도 상대가 광기 어린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상대의 성질을 잘못 건드렸다가 목숨을 잃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인생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나 자신과 상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애인의 매력에만 취하지 말고 위험한 성질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방면에 지식을 쌓아두면 자칫 노출되기 쉬운 위험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간은 왜 연애를 하면 평소와 달라지는 걸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 어째서 광기나 다름없는 상황에 내몰려야 할까? 신은 왜 이처럼 위험한 상태에 인간의 중대사를 맡기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았을까? 오묘하게도 거기에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필연성이 존재한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행위는 자신을 뒤덮고 있는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벌거숭이가 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나'라는 존재가 어떤 다른 존재와 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껍질을 모두 깨부수어야 한다. '나'라는 틀을 벗어나 상대를 갈망해야 한다. '나'라는 우리에서 뛰쳐나올 만큼 도약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는 하루하루의 일상과 같은 평온한 상태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인간이 살아가는 행위의 본질은 '삶의 도약'에 있다고 했다. 삶의 도약에서 최고의 순간은 나 자신을 뛰어넘어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도약하기 위해서는 바닥에서 발을 떼야 한다. 지금까지 나를 견고하게 받쳐주던 것을 발판 삼아 힘껏 허공으로 뛰어올라야 한다. 그것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모험이며, 잘못하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운명을 건 모험을 단행할 수 없다면 삶의 도약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도 성취할 수 없거니와 인생의 아름다운 페이지가 펼쳐질 일도 없다. 익숙하면서 확실하고 안전한 상황을 과감하게 뿌리칠 용기가 필요하다.
뛰어오르기 두렵다는 것은 모험을 감행하지 못하고 지금의 나에게 얽메여 있다는 뜻이다. 연애에 지나치게 냉정한 사람은 무아지경에 빠지지 못한다. 지금의 나를 떨쳐내겠다는 각오로 몸을 날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연애라는 행위는 있는 힘껏 몸을 내던지는 용기가 필요한 동시에 내 몸을 맡길 상대를 착각하지 않을 만큼의 이성과 계산도 필요하다.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는 행위인 셈이다.
연애는 광기와 다를 바 없는 뇌 상태를 야기하는 이상 평범한 일상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1편 https://theqoo.net/square/40273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