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한 유튜브 채널에 '역대급 여경'이라는 썸네일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촬영일은 지난 10월 18일.
유튜버는 서울 광진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주차된 차량들을 안전신문고에 신고하며 '자체 단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들이 출동했습니다.

경찰관
"본인들이 뭔데 지금 이런 거를 단속을 하고 다니시는데. 안전신문고 신고를 왜 하시는 거예요?"
유튜버는 출동한 경찰관이 공격적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당시 유튜버는 장애인 스티커도 없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세워진 검정색 벤츠를 살펴보던 중이었습니다.
유튜버가 '투철한 신고 정신'을 발휘하고 있는데 벤츠 차주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대뜸 유튜버에게 신경질을 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경찰관은 왜 그랬던 걸까요?

경찰은 '역대급 여경' 영상이 악의적으로 편집됐다고 했습니다.
112에 신고한 사람은 불법주차한 벤츠 차주가 아니라 제네시스와 K3 차주들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에 따르면, 제네시스 차주는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고, K3 차주는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언니와 함께였습니다.
모두 장애인 차량 스티커도 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유튜버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불법주차로 신고하겠다"고 막아서자, 차주들이 공포감을 느끼고 112에 신고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입니다.
출동한 경찰관이 유튜버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자, 언쟁이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이 최초 112 신고자인 제네시스 차주에게 직접 연락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블랙박스를 보면, 카메라를 든 사람이 주행 중인 차 앞으로 갑자기 달려듭니다.
제네시스 차주 / 최초 112 신고자
"뒤에서 누가 막 무기 들고 쫓아오는 느낌 아세요? 한 3명이서 우르르 달려들어서 창문 내리라고…"

자신은 장애인이 맞고, 불법주차가 아니라고 해명해도 막무가내였다고 합니다.
차주에게 그날의 일은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제네시스 차주 / 최초 112 신고자
"가슴이 막 터질 것 같았어요. '내가 잘못했나? 이게 뭐지?'…지금까지도 흥분된 목소리가 나올 정도면 저한테는 완전히 쇼크였던 거죠."

하지만 이른바 '악마의 편집'을 거친 유튜브 영상만 본 사람들은 경찰관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여경이라고 성별을 강조하며 혐오도 쏟아냅니다.
급기야 해당 경찰관 소속 경찰서장이 나섰습니다.

박재영 광진경찰서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년 경찰들과 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며 "제발 마녀사냥을 멈춰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서 단순히 신고만 하는 것과 카메라로 사람을 함부로 촬영하고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공익으로 포장해 자기 이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 서장은 "언론은 방송법 등 법률에 의해 책임을 부담하고, 내부 게이트키핑을 통해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유튜버는 개인의 도덕성에 의존할 뿐 법제도적 검증과 통제 장치가 매우 미흡하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또 "경찰관의 발언에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이 일로 청년 경찰이 상처받고 꺾이지 않도록 조직과 제 명예를 걸고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제네시스 차주도 경찰관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어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제네시스 차주 / 최초 112 신고자
"(유튜버가) 저한테 완전히 모욕감을 줬잖아요. 경찰관님이 솔직히 저를 대변해줘서 너무 감사하고요."
'역대급'은 정말 당시 출동한 경찰관일까요?
아니면 장애인을 상대로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주차했다"며 위협한 유튜버일까요?
정한솔(soley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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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카가 또 렉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