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표 배우 중 한 명인 전도연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여자들 서사엔 왜 모성애가 빠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로 그 맹점이 '대홍수'에서도 반복된다. 재난 영화에 SF를 버무렸는데도 결국 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감독 김병우/제작 환상의 빛/제공 넷플릭스)는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속에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SF 재난 블록버스터다.
가장 아쉬운 건 '결국', '또' 모성애다. 안나는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지만, 실상은 그저 엄마로서만 기능한다. 또래 여성들보다 민첩해 보이긴 하지만, 어디에서도 안나의 능력자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눈물을 보이는 감정적인 대응이 촉망받는 연구원이라는 존재감을 흐릿하게 만들 뿐이다.
물론, 지구보다 아들을 구하는 게 우선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대홍수라는 불가항력의 재난이 발생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굳이 뻔한 모성애로 뭉개야 했을까. 잘만 했으면 인간과 기술, 환경에 관한 굵직한 화두를 던질 수 있었던 '대홍수'가 결국 눈물 젖은 기존 K-재난물을 답습한 것이 무척 아쉽다.
올여름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으나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한 김병우 감독의 전작 '전지적 독자 시점'의 아픔을 달랠 수작이 탄생할 줄 알았건만. 어째 맞은 데를 또 맞은 느낌이다. 러닝타임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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