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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Q아름다움에 그토록 이끌리는 이유는요? 손종원 셰프 : 아름다운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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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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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https://x.com/jws__0319/status/2002162855496593781

Q. 매사 차분할 것 같은데 주방에서는 화를 낼 때도 있겠죠? 

A. 화날 때 많아요.(웃음)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당연히 실수가 생기고 잘못 조리될 때도 있는데, 그걸 바로잡지 않고 눈속임으로 나가려고 할 때. 서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이 어긋날 때 제일 화가 나요. 신기하게도 누가 그러면 촉이 느꺄져요. 떨어져 있어도 이상하게 어떤 공기의 뒤틀림 같은 게 느껴지죠.


Q. 주방에서 가장 강조하는 규율이 있다면요? 

A. 타협하지 않는 것. 변수가 생겨 서브되어야 하는 시간이 10분 걸릴 것 같을 때, 컴플레인을 받지 않기 위해선 100%를 포기하고 맞춰나갈 수도 있지만 그건 용납라지 않죠. 순간 순간 빠른 결정이 필요해요. 다시 조리를 해야 할 때 매니저가 와인을 서비스로 드리며 시간을 벌거나, 자연스럽게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며 스무스하게 만들어 가야하죠. 그게 사실 파인다이닝의 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Q. 셰프로서 가장 잃고 싶지 않은 태도가 있다면요? 

A. 요리를 왜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만큼은 잃고 싶지 않아요. 처음 이 직업이 정말 좋은 직업이다, 라고 느낀 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즉각적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걸 바로 보몈 되게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되거든요. 에고(ego)에 잡아먹히지 않고, 완성형이 되기보다는 길을 계속 찾고 고민하면서.


Q. 늦게 시작한 만큼 갈증과 조바심도 컸겠죠?

 A. 요리라는 게 끝이 없거든요. 배워야 할 것들, 알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물론 지금도 많고요. 저는 되게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 같거든요. 일을 시작한 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고, 욕도 많이 먹고, 고됐지만 일이 잘 맞았어요. 그만두고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고요. 이 얘기를 어디서 잘 해본 적은 없는데, 사실 그 당시엔 제가 지금처럼 셰프가 될 거라고 꿈꾸지도 못했어요. 그저 위대한 셰프님들 밑에서 일하는 게 좋았어요, 평생 그렇게 살아도 될 만큼.


Q. 수셰프로 평생을요? 야망이 큰 타입이 아니었나 봐요.

 A. 수셰프든, 운이 좋아서 헤드 셰프가 되든 그런 생각보다는 과정이 저에겐 전부였죠. ‘좋은 요리사가 되고 싶다, 잘하고 싶다.’ 이상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그냥 요리하는 게 되게 행복했거든요.(웃음) 어떻게 보면 수련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빵을 잘 굽고 싶어서 쉬는 날 베이킹 학교에 등록하고, 베누에서 일한 다음 고기를 원 없이 구워보려 1년 정도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일한 적도 있고요. 주방에서 수셰프를 달기 전, 고기를 맡는 담당이 제일 높은 단계거든요. 채소는 실수를 해도 금방 조리할 수 있지만 고기는 30~40분씩 걸리니 가장 숙련된 사람이 맡게 되죠.


Q. 딱 1년 전 이맘때 합류한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이유에 질문 받을 때마다 “파인다이닝 문화를 알리고 싶어서”라고 답 했죠. 그래서인지 15분의 시간동안 코스에 도전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나요?

 A. 레스토랑과 주방, 어떻게 보면 제 작은 세계에 갇혀 살다가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었죠. 저희 레스토랑에 오셨다가 다른 곳도 궁금해져 계속 접하는 분이 생기면 또 좋은 일일 테고요. 처음엔 출연 을 망설였어요. 사실 효율로 따지면 제일 안 좋은 분야가 파인다이닝일 거예요. 오리를 에이징하기 위해 2주 동안 말리고, 소스의 스 톡을 만들 때도 며칠이 걸리고. 시간과 노력이 맥시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걸 15분 만에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어불성설 같잖아요. 그런데 이 업에 종사하지만, 파인다이닝 경험 자체가 저에겐 순수한 즐거움이고 행복이거든요.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밥을 먹고 있으면 이 셰프와 대면해서 얘기를 하지 않아도 어떤 사람인지 너무 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음식이 어떤 매체보다 퍼스널하게 다가오고, 소통 방법이 되는 거죠. 신기하게도 그런 음식을 만드는 셰프들과 나중에 알게 되면 성향적으로도 잘 맞고 친해질 때도 있어요.


Q. 토목공학을 전공하던 공대 출신 셰프라는 사실이 익히 알려졌죠. 10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대학 4학년 때 자퇴를 하고 요리를 시작했어요. 전공에 흥미를 못 느꼈나요? 

A. 토목이랑 광학을 같이 복수 전공했거든요. 다리나 건축물의 힘 구조를 계산해 무너지지 않게 하는 수업을 들었죠.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편이라 전공 공부가 안 맞진 않았는데,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던 것 같아요. 시험을 보고 나면 신나서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나는 저만큼 재밌게 일할 수 있나?’ 질문했을 때 아니었 죠. 우연히 요리학교 학생들이 요리하는 걸 봤는데 너무 행복해보였어요. 터닝포인트가 됐죠.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면서부터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Q. 요리를 하기 전에도 맛에 관해 예민한 편이었나요?

 A. 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긴 해요. 먹는 걸 워낙 좋아해요. 친한 친구가 입맛에 무던한 편인데, 근처 냉면집에 가자고 하면 뭐하러 그까지 가냐고 타박해도 30~40분 걸려도 먹고 싶은 집으로 가자고 하고 그러죠. 그런 사소한 데서 느끼는 행복이 커요. 어릴 때를 떠올려보면, 고기 산적을 어머니가 칼로 잘라주시면 되게 싫어했던 기억이 나요. 내 건 잘라주지 말라고. 어린아이였는데도 결대로 찢어 먹어야 식감이 더 좋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웃음)


Q. 코펜하겐의 노마에서 인턴을 거친 뒤 베누, 지금은 문을 닫은 코아(COI), 퀸즈까지 샌프란시스코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들을 섭렵했죠. 파인다이닝에 그토록 매료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요리학교를 나와서 처음 정식으로 일하게 된 곳이 '베누'라는 곳인데, 축구로 따지면 월드컵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다들 월드 클래스라는 마음을 갖고 일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까지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을 본 건 처음이었어요. 누군가는 파인다이닝을 "음식 뭐 이렇게 만들어서 뭐해, 입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 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존경하는 셰프들은 그 이상의 것을 좇았어요. 모든 기술이 그렇듯 어느 정도 훈련이 되면 장인이 되기도 하죠. 절대 타협하지 않는 모습,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헌신하는 모습을,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넘어서는 셰프들의 모습을 저는 봤어요. 적당히 하고 살 수 있는데 적당히 하지 않는 것, 그 자체로 숭고한 느낌을 받죠.


Q. 그런 시간을 통과해 2018년 ‘라망시크레’ 오픈에 합류하게 되었죠. 영주권까지 포기하고 이젠 ‘이타닉 가든’까지 두 개의 레스토랑을 이끌게 되었어요. 두 레스토랑 모두 원 스타를 받아서 ‘쌍별 셰프’라는 호칭도 얻었고요.(웃음)

 A. 처음엔 ‘1~2년 정도 하고 자리가 잡히면 다시 미국 가서 요리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왔는데, 계속 일하다 보니까 팀이 커지고, 애착이 가서 두고 갈 수가 없게 됐어요. 2020년쯤 체류를 결정해야 했는데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 일해온 친구들도 있고, 팀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점점 커져요. 사실 레스토랑 하나를 제대로 맡기도 힘든 일인데, 두 개를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잘하는 팀원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이유가 컸어요. 요리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너무 열심히 해주는 팀원들을 보면서 이 친구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 지속해서 몸담을 수 있는 다이닝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고요. 파인다이닝 업계가 워낙 업무가 고강도다 보니, 젊을 때 반짝 일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요. 주방 자체의 연령대가 직원들이 어릴 수밖에 없고요. 저희는 개인 업장이 아니다 보니 회사 차원에서 서포트해줄 수 있는 이점이 생기기도 하고, 직원들이 두 레스토랑을 왔다갔다 일하기도 해요.


Q. 누군가의 팀이 아닌 헤드 셰프로 내 요리를 한다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요?

 A. 하루하루 넘기는 느낌이었어요. (웃음) 지금까지 주방에 ‘Evolve’ 라는 단어가 붙어있어요. 일종의 모토죠. 거창하게 우리는 나아갈 거야, 이런 목표가 아니고 오늘 하루가 어제보다 나아져 있으면 그게 되게 성공한 거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자는 거예요.


Q. 여러 인터뷰에서 미술 전시나 영미 고전문학, 재즈에 대한 관심도 밝혀왔어요. 가끔 꽃시장에 가는 일을 빼곤 매일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일을 마치고 책을 읽다 잠든다는 일과를 보면, 너무 이상적이라 <하트시그널> 출연자 같다는 인상도 들어요.(웃음)

 A. 물론 넷플릭스도 보긴 하죠.(웃음) 그런데 책은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니까 매일 조금이라도 읽는 편이에요. 일상에서 감성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려 해요. 책, 전시, 음악을 들으면 제 감정을 한 번이라도 돌아볼 수 있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잖아요. 타인의 의견을 내가 느끼는 것처럼 착각할 때도 있고, 내 감정을 외면해버릴 때도 있고. 느껴지는 걸 그대로 느끼는 일, 정말 어렵잖아요. 그 과정을 루틴이나 규칙처럼 만들었죠. 성격상 패턴대로 하는 게 제일 행복해요. 헤드 셰프가 되고 나서 변한 것 같아요. 주방에서는 워낙 변수가 많으니까 일하다 보면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인지 변수가 없는 이런 일상이 더욱 소중해요.


화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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