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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열풍을 이끌어온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서울시 건강총괄관)가 스토킹 피해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가운데 '저속노화 트렌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 대표는 노화 속도를 늦추는 식습관 중심의 건강법을 '저속노화'로 명명하며 대중적으로 알려온 인물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 대표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자 '저속노화' 열풍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 대표와 저속노화 관련 제품 사업을 협업 중인 식품업체들은 역풍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저속노화' 열풍,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저속노화'의 핵심은 건강한 식습관, 운동, 생활 관리 등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서구에서 오래전부터 등장했던 슬로 에이징(slow aging)이라는 개념이 한국에 와서 실천 지침으로 변화한 것에 가깝다. 노화 자체는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노화를 막으려는 '노화 방지(anti-aging)'나 노화를 거스르는 '역노화(reverse aging)'와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저속노화가 건강 화두로 떠오른 건 2023년경부터다. 당시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였던 정 대표가 방송 등에서 '저속노화'를 언급하며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저속노화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건드리며 빠르게 확산됐다. 중년은 물론 20, 30대 젊은층도 저속노화 습관을 부지런히 공유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저속노화 식단을 실천하는 연예인이 나와 요리법을 소개하는 등 많은 이들이 트렌드에 동참했다. 그 과정에서 정 대표 역시 스타 의사로 급부상했다.
정 대표가 저속노화라는 용어를 한국에서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맞지만 관련 연구는 20세기 초중반부터 이미 존재해왔다. 1935년 코넬대 생리학자 클라이브 맥케이가 칼로리 제한이 수명과 노화 관련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관련 연구는 노화 방지, 역노화 등의 주제와 함께 학계에서 꾸준히 다루어지고 있다.
저속노화 트렌드,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저속노화에선 노화 속도를 늦추는 방법으로 식습관과 운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등을 제시한다. 항노화 주사를 맞거나 기력을 돕는 약을 복용하는 등 노화를 인위적으로 거스르는 방식은 지양한다. 정 대표는 그간 언론과의 인터뷰, 저서 등을 통해 "저속노화는 예방과 관리가 핵심이며, 건강한 식단 관리와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노화 속도를 최대 10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저속노화의 이 같은 접근 방식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운동과 식습관, 수면 등을 관리하는 것은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 예방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속노화'라는 용어는 이후 다른 표현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저속노화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