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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황제펭귄 번식지서 새끼 70% 죽은 비극…"빙산이 길 막아 굶어"
2,007 30
2025.12.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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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로스해에서 가장 큰 황제펭귄 번식지인 쿨먼섬(Coulman Island)에서 새끼 펭귄 70%가 사라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알이 부화하기 전 수개월간 먹이를 찾아 떠난 어미가 돌아오기 직전에 거대한 빙산이 떠내려와 바다와 번식지를 잇는 길을 가로막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극지연구소 김정훈 생명과학연구본부 책임연구원팀은 남극 로스해 쿨먼섬에서 황제펭귄 새끼 수가 지난해 약 2만1000마리에서 올해 약 6700마리로 급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남극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의 새끼 펭귄들. 극지연구소 제공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남극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의 새끼 펭귄들. 극지연구소 제공

김종우·김유민 극지연 연구원은 지난달 현장에서 길이 약 14km, 축구장 5000개 넓이의 빙산이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와 바다를 잇는 주요 출입구를 가로막은 사실을 확인했다. 위성 자료 분석에 따르면 이 빙산은 올해 3월 난센 빙붕에서 분리돼 북쪽으로 떠다니다가 7월 말 번식지 입구를 틀어막았다.

어미 황제펭귄은 6월경 번식지에서 산란한 후 수컷에게 알을 맡기고 사냥을 나선다. 새끼가 부화하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돌아온다. 어미가 사냥을 떠날 때만 해도 없었던 커다란 빙산이 복귀 직전에 떠내려와 길을 막은 것이다.
 

빙산 절벽에 막혀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한 성체 황제펭귄들(검은색 점들)과 배설 흔적(어두운 부분). 극지연구소 제공
빙산 절벽에 막혀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한 성체 황제펭귄들(검은색 점들)과 배설 흔적(어두운 부분). 극지연구소 제공

빙산은 바다 쪽으로는 경사가 완만하지만 번식지로 가는 길목에 높고 가파른 절벽을 만들었다. 드론 촬영 사진에는 절벽을 내려가지 못해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수십~수백 마리의 어미 황제펭귄과 배설물 흔적이 확인됐다. 돌아갈 길이 막힌 어미들이 긴 시간 '고민'한 흔적이다.

수컷 황제펭귄은 새끼가 부화하면 뱃속에 저장해 둔 영양분으로 '펭귄 밀크'를 만들고 새끼에게 먹이며 어미가 올 때까지 버틴다. 어미 펭귄이 돌아오지 않고 저장한 영양분이 다 떨어지면 이미 알을 품느라 2달 이상 굶은 수컷 펭귄들은 생존을 위해 새끼를 버릴수 밖에 없다.
 

쿨먼섬 출입구를 가로막은 빙산의 모습. 극지연구소 제공
쿨먼섬 출입구를 가로막은 빙산의 모습. 극지연구소 제공

김 책임연구원은 "살아남은 30%의 새끼는 어미가 빙산으로 막히지 않은 다른 경로를 찾아 먹이를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빙산이 내년까지 경로를 틀어막고 있으면 황제펭귄의 대규모 서식지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내년 여름에 얼음이 녹으면서 빙산이 다시 쓸려 나가 번식기 전에 길이 열리면 번식지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간 정체될 경우 황제펭귄들이 다른 번식지로 이동하는 등 장기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쿨먼섬 황제펭귄 서식지와 거대빙산 위치(왼쪽), 난센 빙붕에서 떨어져나온 빙산의 이동 경로(오른쪽). 극지연구소 제공
쿨먼섬 황제펭귄 서식지와 거대빙산 위치(왼쪽), 난센 빙붕에서 떨어져나온 빙산의 이동 경로(오른쪽). 극지연구소 제공

박진구 극지연 연구원은 "난센 빙붕에서 분리된 빙산의 이동경로가 케이프워싱턴 등 다른 주요 서식지들도 지난다"며 "빙붕 붕괴가 황제펭귄 등에게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케이프워싱턴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의 대규모 황제펭귄 서식지다.

난센 빙붕에서는 바람이나 파도로 해마다 빙산이 떨어져 나와 바다로 유입된다. 이번 빙산의 크기가 이례적으로 크진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 빙붕에서 빙산이 떨어져 나오는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 극지연구소 제공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 극지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이번 사례를 내년에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등 관련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할 계획이다. 로스해는 백만 마리 이상의 아델리펭귄과 수만 마리의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 물범, 바닷새, 크릴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이다.

극지연구소는 2017년부터 현장 조사와 위성·항공 등 원격탐사 기법을 결합해 황제펭귄 등 주요 종의 개체수 변화와 주변 환경 요인 등을 장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일으키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내년 번식기까지 위성 관측과 현장 조사를 강화하고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584/0000035760?sid=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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