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황제펭귄 번식지서 새끼 70% 죽은 비극…"빙산이 길 막아 굶어"
2,639 30
2025.12.19 21:05
2,639 30

남극 로스해에서 가장 큰 황제펭귄 번식지인 쿨먼섬(Coulman Island)에서 새끼 펭귄 70%가 사라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알이 부화하기 전 수개월간 먹이를 찾아 떠난 어미가 돌아오기 직전에 거대한 빙산이 떠내려와 바다와 번식지를 잇는 길을 가로막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극지연구소 김정훈 생명과학연구본부 책임연구원팀은 남극 로스해 쿨먼섬에서 황제펭귄 새끼 수가 지난해 약 2만1000마리에서 올해 약 6700마리로 급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남극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의 새끼 펭귄들. 극지연구소 제공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남극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의 새끼 펭귄들. 극지연구소 제공

김종우·김유민 극지연 연구원은 지난달 현장에서 길이 약 14km, 축구장 5000개 넓이의 빙산이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와 바다를 잇는 주요 출입구를 가로막은 사실을 확인했다. 위성 자료 분석에 따르면 이 빙산은 올해 3월 난센 빙붕에서 분리돼 북쪽으로 떠다니다가 7월 말 번식지 입구를 틀어막았다.

어미 황제펭귄은 6월경 번식지에서 산란한 후 수컷에게 알을 맡기고 사냥을 나선다. 새끼가 부화하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돌아온다. 어미가 사냥을 떠날 때만 해도 없었던 커다란 빙산이 복귀 직전에 떠내려와 길을 막은 것이다.
 

빙산 절벽에 막혀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한 성체 황제펭귄들(검은색 점들)과 배설 흔적(어두운 부분). 극지연구소 제공
빙산 절벽에 막혀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한 성체 황제펭귄들(검은색 점들)과 배설 흔적(어두운 부분). 극지연구소 제공

빙산은 바다 쪽으로는 경사가 완만하지만 번식지로 가는 길목에 높고 가파른 절벽을 만들었다. 드론 촬영 사진에는 절벽을 내려가지 못해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수십~수백 마리의 어미 황제펭귄과 배설물 흔적이 확인됐다. 돌아갈 길이 막힌 어미들이 긴 시간 '고민'한 흔적이다.

수컷 황제펭귄은 새끼가 부화하면 뱃속에 저장해 둔 영양분으로 '펭귄 밀크'를 만들고 새끼에게 먹이며 어미가 올 때까지 버틴다. 어미 펭귄이 돌아오지 않고 저장한 영양분이 다 떨어지면 이미 알을 품느라 2달 이상 굶은 수컷 펭귄들은 생존을 위해 새끼를 버릴수 밖에 없다.
 

쿨먼섬 출입구를 가로막은 빙산의 모습. 극지연구소 제공
쿨먼섬 출입구를 가로막은 빙산의 모습. 극지연구소 제공

김 책임연구원은 "살아남은 30%의 새끼는 어미가 빙산으로 막히지 않은 다른 경로를 찾아 먹이를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빙산이 내년까지 경로를 틀어막고 있으면 황제펭귄의 대규모 서식지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내년 여름에 얼음이 녹으면서 빙산이 다시 쓸려 나가 번식기 전에 길이 열리면 번식지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간 정체될 경우 황제펭귄들이 다른 번식지로 이동하는 등 장기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쿨먼섬 황제펭귄 서식지와 거대빙산 위치(왼쪽), 난센 빙붕에서 떨어져나온 빙산의 이동 경로(오른쪽). 극지연구소 제공
쿨먼섬 황제펭귄 서식지와 거대빙산 위치(왼쪽), 난센 빙붕에서 떨어져나온 빙산의 이동 경로(오른쪽). 극지연구소 제공

박진구 극지연 연구원은 "난센 빙붕에서 분리된 빙산의 이동경로가 케이프워싱턴 등 다른 주요 서식지들도 지난다"며 "빙붕 붕괴가 황제펭귄 등에게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케이프워싱턴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의 대규모 황제펭귄 서식지다.

난센 빙붕에서는 바람이나 파도로 해마다 빙산이 떨어져 나와 바다로 유입된다. 이번 빙산의 크기가 이례적으로 크진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 빙붕에서 빙산이 떨어져 나오는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 극지연구소 제공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 극지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이번 사례를 내년에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등 관련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할 계획이다. 로스해는 백만 마리 이상의 아델리펭귄과 수만 마리의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 물범, 바닷새, 크릴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이다.

극지연구소는 2017년부터 현장 조사와 위성·항공 등 원격탐사 기법을 결합해 황제펭귄 등 주요 종의 개체수 변화와 주변 환경 요인 등을 장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일으키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내년 번식기까지 위성 관측과 현장 조사를 강화하고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584/0000035760?sid=105

목록 스크랩 (0)
댓글 3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시스터>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170 01.04 17,96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05,91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166,49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43,84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75,90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2,58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69,09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2,97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3 20.04.30 8,473,52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09,6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401501 기사/뉴스 '18년 숙원' 서부선 경전철, 두산 컨소시엄 위기… 재정 투자 갈림길 17:57 1
401500 기사/뉴스 [속보]“왜 내 여친이랑 누워있어” 여친방서 다른 남성 보고 폭행한 20대 외국인 체포 17:53 397
401499 기사/뉴스 中, 對日 이중용도(민간용으로도 군용으로도 활용 가능한 물자) 물자 수출 금지…"잘못된 대만 발언 때문" 1 17:53 84
401498 기사/뉴스 돌싱남성이 듣고 싶은 말 1위는 “아침밥 차려드릴게요”…돌싱여성은? 58 17:49 1,521
401497 기사/뉴스 서울 집값 급등에 30대 '패닉바잉' 18 17:46 1,207
401496 기사/뉴스 82메이저ㆍ하이키ㆍ올아워즈 등, 2026년 가요계 진짜 승부처는 '중간' [TD신년기획] 1 17:40 137
401495 기사/뉴스 뉴진스 팬덤, '구독자 1위' 미스터비스트에 댓글 총공 왜?… "내가 뭘 해야하나"  21 17:33 1,136
401494 기사/뉴스 60년 수학 난제 '소파 문제' 풀었다…한국인 연구 쾌거 5 17:29 1,298
401493 기사/뉴스 일본 혼슈 북서부 규모 6.2 지진…영남 일부도 '흔들' 6 17:28 1,522
401492 기사/뉴스 중국, 일본 본격 제재 “이중용도 품목 수출 통제 강화”(상보) 17:25 273
401491 기사/뉴스 법 시행 앞뒀지만 문신 유죄…청주 타투이스트 벌금형 집유 17:24 441
401490 기사/뉴스 그린란드 내놓으라는 트럼프 측근 "미국과 싸우고 싶어? 세계는 힘으로 움직인다" 4 17:24 560
401489 기사/뉴스 [속보]60대 여성 몰던 승용차 20명 손님 있던 카페로 돌진 7 17:19 2,067
401488 기사/뉴스 오리온,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생산 라인 증설 6 17:17 1,505
401487 기사/뉴스 건물 방화시설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화재사고 (1년전 뉴스) 7 17:16 1,141
401486 기사/뉴스 [속보] 中상무부 “일본 상대 ‘모든 이중용도 물자’ 수출통제” 119 17:11 6,402
401485 기사/뉴스 일본, '과잉 관광'에 '출국세'는 3배·'박물관 입장료'는 2배 인상 12 17:05 847
401484 기사/뉴스 "너 벼르는 사람 많다"…'킹크랩 저울치기' 폭로한 유튜버 결국 9 17:02 3,020
401483 기사/뉴스 "제정신이냐"던 한전 부지 베팅...지금 땅값은 더 미쳤다 6 16:59 1,123
401482 기사/뉴스 친동생 장나라는 빌런…봉기자 장성원 “‘모범택시3’, 하길 잘했다 싶은  3 16:58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