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라면을 끓일 때마다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왜 어떤 라면은 네모낳고 어떤 라면은 동그랬던 걸까요. 대부분의 라면은 네모난 형태로 각이 딱 잡혀 있는데, 가끔 동그란 면이 있었습니다. 주로 농심 라면들이 그랬는데요. 너구리는 대체로 둥근 면이었던 기억이고 신라면은 어떨 땐 네모난 면, 어떨 땐 동그란 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니었습니다. 원래 라면은 대체로 '네모 면'이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닛신의 '치킨라멘'이 네모였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식품의 삼양라면도 이를 따라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었죠. 쌓아 두기도 편하고 각이 딱 잡혀 있으니 박스에 넣기도 좋습니다.
이 '네모난 세상'에 반기를 든 건 농심이었습니다. 1982년 출시한 너구리는 국내 최초의 '동그란 봉지 라면'이었습니다. 면이 둥글면 냄비에 넣기 좋습니다. 같은 면적이어도 네모난 면은 모서리 부분이 길어 냄비에 걸릴 때가 많죠. 라면을 반으로 쪼개 넣는 것 역시 냄비에 쏙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둥근 면은 냄비에 쏙 들어가죠.

그렇다고 아무나 이 둥근 면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농심을 제외하면 둥근 면을 만들 수 있는 제조 설비를 가진 곳이 없었죠. 우리가 생각하는 둥근 면 라면이 대부분 농심 제품인 이유입니다. 동그란 면이 네모난 면보다 양이 적어 보인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둥근 봉지면을 만드는 곳은 농심과 삼양식품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일부 제품에 국한돼 있죠.
하지만 '네모'가 정상인 라면의 세계에서 '동그라미'가 정상인 카테고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컵라면입니다. 컵라면은 대부분 둥근 형태입니다. 용기도 당연히 둥근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사각 용기를 쓰는 컵라면은 팔도의 도시락 등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앞서 '네모 면'의 장점을 실컷 얘기했는데, 왜 컵라면 세상에선 '동그라미'가 정상인 걸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 알아봅니다.
https://v.daum.net/v/20251026130115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