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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이 내란 사건을 전담할 ‘집중심리재판부’를 신설할 경우 기존에 해당 재판부에 배당되어 있던 사건을 모두 재배당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집중심리재판부가 오로지 내란 사건만 심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의 이같은 조처가 변수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7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고법은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의 항소심을 집중심리재판부에 배당하고, 이 재판부에 있던 기존 사건들을 모두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서울고법은 이른바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집중심리재판부에 배당하고 이 재판부에 일반사건을 배당하지 않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도 내란 사건 재판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자, 내란 사건을 집중 심리하는 재판부의 경우 기존에 배당된 사건도 전부 다른 재판부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무작위 배당과 법관의 사무분담 원칙을 지키면서 내란 사건 심리 속도도 높인다는 취지다.
또한 서울고법은 내란 사건 집중심리재판부에 관련 사건을 추가로 배당할 때 재판장 회의를 거치게 하는 등 투명성도 높이기로 했다. 법원은 보통 사건을 배당할 때 이미 유사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있는 경우 해당 재판부에 관련 사건을 배당해왔다. 현재는 이런 판단을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전담해서 진행했다. 하지만 내란 사건 집중심리재판부에 관련 사건을 배당할 때는 형사부장판사 등 관계 재판장들의 회의를 열어 배당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란 사건의 경우 2심부터 전담재판부를 꾸리고 재판부 구성을 위한 추천위원회에 판사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수정안을 발표했다. 재판부 구성에 외부 개입을 줄여 위헌적 소지를 차단한다는 취지이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사건의 무작위 배당 및 판사들의 사무분담 원칙이 훼손돼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법원이 내란 사건의 심리 속도와 사건 배당의 공정성 높이는 방안을 추가로 내놓은 것이다. 서울고법은 집중심리재판부 운영을 위해 최근 법원행정처에 형사부 2개, 형사부 판사 6명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 판사는 이런 안에 대해 “피고인으로서는 누군가에게 선발된 판사로부터 불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떨쳐낼 수 있고, 법원으로선 심리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