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oo

4분 37초동안 우리는 가만히

무명의 더쿠 | 12-17 | 조회 수 582

https://youtu.be/wGP-gfCWXYI?si=GkbVbEO1IW2X8ZJ-


4분 37초동안 우리는 가만히

김현(시인)


사람들은 흔히 헤어져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경험이 된다니요, 참 이상합니다. 세상에 경험할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것까지 경험하며 살아야 하는지요. 어느날엔가는 천천히 생각해보는 겁니다. 팔다리가 긴 사람과 털이 희고 복슬복슬한 어린 짐승과 불태웠던 편지와 일기장. 그러니까 한밤중에 떠오르면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지나쳐 창문 넘어 끝도 없는 밤의 청록빛 들판으로 나아가 헤매다가 돌아와서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의 침묵을요. 헤어짐이 좋은 경험이 되었나 하고 돌이키다보면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합니다. 그때 그 불면은 무익하지만 아름답습니다. 그래요. 헤어짐도 경험이라는 조언은 헤어지는 순간의 쓰라림이 아니라 헤어진 후에 찾아오는, 막 아프지도, 막 슬프지도, 막 죽을 것 같지도 않은 마음의 시차를 이해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며칠 전, 책상 앞에 앉아 심야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이의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정말 수고했어요,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였는데요, 그이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위로해주세요,라고 말하던 그이의 빛나는 심정이 떠올랐습니다. 한동안 귀 뒤에 연필을 꽂아두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때, 노래는 얼마나 긴지, 밤은 얼마나 푸른지, 그이는 지금쯤 얼마나 포근한 이불 속에 누워 있을까, 여기 남은 사람이 4분 37초의 노래를 듣는 일이 여기 남지 않은 사람의 4분 37초를 대신 살아주는 일이 되는 건 아닐까, 감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분 37초 동안 우리는 젤리를 씹으면서, 학교와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거리면서 노래를 들을 수 있겠지요. 그때 그런 우리의 일상은 아마도 그이의 자랑이 될 겁니다. ‘남겨지는 일’은 그런 걸 믿는 경험입니다. 나와 네가 아직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요.




사랑받던 이가 조금 일찍 선택한 죽음은 살아 있는 편에선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그이의 편에서는 정말 수고했어요, 이해받을 만한 일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어떤 헤어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순간이 아니라 일생이 필요하기도 하답니다. 그이의 편에선 영원히 남겨진 사람이 되어서 푸른 밤에 그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 가슴을 똑똑 두드려보는 겁니다. 기쁜 마음으로. 침묵을 멀리 내보내고. 그의 영혼이 잠시 앞머리를 매만지며 내 하루의 끝을 위로하는 걸 느끼면서요. 어떤 이들이 그이를 잊어갈 때도요. 4분 37초 동안요. 아세요?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첫눈에 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8.2초라고 합니다. 4분 37초는 얼마나 긴 사랑의 시간일까요.


-

8주기는 내일이지만 너무 기다린것처럼 내일 올리고 싶진 않아서

언제나 사랑해 또 그리워해 나의 아티스트이자 시인인 종현아

[주의] 이 글을 신고합니다.

  • 댓글 1
목록
0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URL 복사 버튼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 💗라카 X 더쿠💗 립밤+틴트+립글로스가 하나로?! 컬러 장인 라카의 프루티 립 글로셔너 체험단 모집! 663
  • [공지] 언금 공지 해제
  •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0
  •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 모든 공지 확인하기()
    • [단독]공수처 수사선상 오른 공직자 중 '검사' 최다…3년간 1만건
    • 08:47
    • 조회 0
    • 기사/뉴스
    • 영혼을 간 편집으로 업로드한 <할명수> 샤이니 두바이 2편
    • 08:46
    • 조회 68
    • 이슈
    • [현장영상] "초코파이 천원 왜 기소했나?"…검찰총장에 '돌직구' 던지자
    • 08:44
    • 조회 187
    • 정치
    • 뚜레쥬르 네이버페이 2만원 이상 결제 시 50퍼센트 할인
    • 08:41
    • 조회 586
    • 팁/유용/추천
    8
    • 다비치 강민경 인스타스토리.jpg
    • 08:40
    • 조회 1011
    • 이슈
    4
    • P의 배경화면에 충격받은 J
    • 08:39
    • 조회 675
    • 이슈
    3
    • 일본우익들 : 일본의 경제손실은 이거밖에 안되네^^
    • 08:39
    • 조회 670
    • 이슈
    4
    • 울트라 하이퍼리즘 진짜 살아있는거 같은 강아지 그림
    • 08:34
    • 조회 484
    • 유머
    3
    • 원피스에서 무시무시 하다는 여초 해적단들.....
    • 08:29
    • 조회 952
    • 이슈
    2
    • 퇴근 없이 무한 출근만 하게된 여자...jpg
    • 08:26
    • 조회 2455
    • 이슈
    6
    • 호주에서 버스 타고 병원가는 코알라
    • 08:22
    • 조회 1740
    • 이슈
    13
    • 소소하게 알티타는 09년생 밴드 서바 연습생
    • 08:19
    • 조회 741
    • 이슈
    3
    • 신한플러스/플레이 정답
    • 08:13
    • 조회 203
    • 정보
    3
    • 홍현희 부모님이 제이쓴을 처음 보고 한 말
    • 08:09
    • 조회 2982
    • 유머
    6
    • 새로 이사간 집에서 귀신이 나와 놀란 남편
    • 08:06
    • 조회 3093
    • 이슈
    17
    • 지금봐도 충격적인 엄정화 엠넷 mkmf 시상식 무대 ㄷㄷㄷ
    • 08:02
    • 조회 2261
    • 이슈
    3
    • 썸 깨지는 카톡
    • 08:00
    • 조회 3835
    • 유머
    25
    • 렌즈 불편한 덕들에게 추천하는 안경
    • 07:58
    • 조회 2857
    • 팁/유용/추천
    6
    • <흑백요리사> 벨루가, 너구리, 오소리
    • 07:50
    • 조회 1631
    • 유머
    7
    • '조정식은 못생겼다'의 수능식 영어표현
    • 07:49
    • 조회 2313
    • 유머
    16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