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4분 37초동안 우리는 가만히
582 1
2025.12.17 12:18
582 1

https://youtu.be/wGP-gfCWXYI?si=GkbVbEO1IW2X8ZJ-


4분 37초동안 우리는 가만히

김현(시인)


사람들은 흔히 헤어져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경험이 된다니요, 참 이상합니다. 세상에 경험할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것까지 경험하며 살아야 하는지요. 어느날엔가는 천천히 생각해보는 겁니다. 팔다리가 긴 사람과 털이 희고 복슬복슬한 어린 짐승과 불태웠던 편지와 일기장. 그러니까 한밤중에 떠오르면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지나쳐 창문 넘어 끝도 없는 밤의 청록빛 들판으로 나아가 헤매다가 돌아와서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의 침묵을요. 헤어짐이 좋은 경험이 되었나 하고 돌이키다보면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합니다. 그때 그 불면은 무익하지만 아름답습니다. 그래요. 헤어짐도 경험이라는 조언은 헤어지는 순간의 쓰라림이 아니라 헤어진 후에 찾아오는, 막 아프지도, 막 슬프지도, 막 죽을 것 같지도 않은 마음의 시차를 이해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며칠 전, 책상 앞에 앉아 심야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이의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정말 수고했어요,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였는데요, 그이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위로해주세요,라고 말하던 그이의 빛나는 심정이 떠올랐습니다. 한동안 귀 뒤에 연필을 꽂아두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때, 노래는 얼마나 긴지, 밤은 얼마나 푸른지, 그이는 지금쯤 얼마나 포근한 이불 속에 누워 있을까, 여기 남은 사람이 4분 37초의 노래를 듣는 일이 여기 남지 않은 사람의 4분 37초를 대신 살아주는 일이 되는 건 아닐까, 감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분 37초 동안 우리는 젤리를 씹으면서, 학교와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거리면서 노래를 들을 수 있겠지요. 그때 그런 우리의 일상은 아마도 그이의 자랑이 될 겁니다. ‘남겨지는 일’은 그런 걸 믿는 경험입니다. 나와 네가 아직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요.




사랑받던 이가 조금 일찍 선택한 죽음은 살아 있는 편에선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그이의 편에서는 정말 수고했어요, 이해받을 만한 일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어떤 헤어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순간이 아니라 일생이 필요하기도 하답니다. 그이의 편에선 영원히 남겨진 사람이 되어서 푸른 밤에 그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 가슴을 똑똑 두드려보는 겁니다. 기쁜 마음으로. 침묵을 멀리 내보내고. 그의 영혼이 잠시 앞머리를 매만지며 내 하루의 끝을 위로하는 걸 느끼면서요. 어떤 이들이 그이를 잊어갈 때도요. 4분 37초 동안요. 아세요?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첫눈에 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8.2초라고 합니다. 4분 37초는 얼마나 긴 사랑의 시간일까요.


-

8주기는 내일이지만 너무 기다린것처럼 내일 올리고 싶진 않아서

언제나 사랑해 또 그리워해 나의 아티스트이자 시인인 종현아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벨레다X더쿠💚] 유기농 오일로 저자극 딥 클렌징, <벨레다 클렌징오일> 더쿠 체험단 모집! 313 12.15 59,17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45,36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31,43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382,88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46,62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08,99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3,18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2,36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0 20.05.17 8,578,1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68,68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83,07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634335 이슈 맵찔이들은 믿지 못하는 단어 08:54 57
1634334 이슈 초심잃은 대표적 과일 원탑...jpg 08:53 214
1634333 이슈 콘서트에서 임영웅이 고음 올리면서 뛰어다니는데.. 08:49 152
1634332 이슈 영혼을 간 편집으로 업로드한 <할명수> 샤이니 두바이 2편 2 08:46 579
1634331 이슈 다비치 강민경 인스타스토리.jpg 6 08:40 1,706
1634330 이슈 P의 배경화면에 충격받은 J 4 08:39 1,252
1634329 이슈 일본우익들 : 일본의 경제손실은 이거밖에 안되네^^ 7 08:39 1,076
1634328 이슈 원피스에서 무시무시 하다는 여초 해적단들..... 2 08:29 1,203
1634327 이슈 퇴근 없이 무한 출근만 하게된 여자...jpg 6 08:26 2,939
1634326 이슈 호주에서 버스 타고 병원가는 코알라 14 08:22 2,043
1634325 이슈 소소하게 알티타는 09년생 밴드 서바 연습생 3 08:19 883
1634324 이슈 새로 이사간 집에서 귀신이 나와 놀란 남편 17 08:06 3,554
1634323 이슈 지금봐도 충격적인 엄정화 엠넷 mkmf 시상식 무대 ㄷㄷㄷ 3 08:02 2,592
1634322 이슈 넷플릭스 대홍수 패트롤 월드 1위 진입 26 07:40 3,200
1634321 이슈 넷플릭스 <대홍수> 로튼토마토 지수 15 07:15 4,604
1634320 이슈 연말이라 생각나는 갓세븐 연말 무대 모음 4 06:52 530
1634319 이슈 22년 전 발매된_ "아프고 화나고 미안해" 6 06:11 1,060
1634318 이슈 현재 오타쿠들 난리난 이야기...jpg 10 06:05 4,241
1634317 이슈 리뷰이벤트 받고 운동기구 주워오고 보일러 안고쳐서 모은 돈으로 찍은 롱샷 뮤비 1 05:50 1,903
1634316 이슈 아내•여친 능욕 불법 촬영 사이트 가입자 수 54만명 129 05:10 12,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