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서울 전세시장 ‘불안’…“공급 마르고 수요 버티며 가격 압박 커진다”
서울 전·월세 시장의 긴장감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물건이 사라진 시장’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전셋값 상승 속도 빨라져…선호 지역 중심으로 급등
17일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0.51% 상승해 전월(0.44%)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특히 아파트 전셋값은 0.63% 뛰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1.24%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송파구(1.20%) △강동구(0.83%) △양천구(0.82%) △영등포구(0.71%) △용산구(0.69%) 등이 뒤를 이었다.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학군·대단지를 갖춘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며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거래 현장에서는 전세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전용 84㎡는 11월 18억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직전 신규 계약(9월·13억6000만원) 대비 두 달 만에 4억4000만원이 뛰었다.
중개업계에서는 “호가를 따질 단계가 아니다”라며 “매물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급 감소·제도 변화 겹쳐…전형적인 ‘수급 불균형’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 전세시장을 공급은 줄고 수요는 버티는 전형적인 ‘불균형 국면’으로 진단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수요가 사라졌고, 그만큼 전세 물건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내년 초까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도시경제학 교수는 “2020년에도 입주 물량 감소와 제도 변화가 겹치며 전셋값이 급등했다”며 “현재 흐름은 당시 초기 국면과 상당히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매수 대기수요의 ‘전세 정체’…“쉽게 줄지 않는다”
수요 측면에서도 전세시장 압박 요인이 적지 않다.
고금리 부담과 대출 규제로 매수 결정을 미루는 실수요자들이 전세시장에 머무르면서 전세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매수 대기 수요가 전세시장에 체류하면서 수요가 구조적으로 줄지 않는 상황”이라며 “금리나 대출 환경이 완화되지 않는 한 전세 쏠림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2+2년’ 계약이 끝나며 그동안 억눌려 있던 전세금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4년치 인상분을 한 번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인상폭은 통계보다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불안, 매매 시장으로 번지나?
이번 전세 불안은 서울 전역이 동시에 오르는 양상이 아닌 학군지·역세권·대단지 등 선호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적 양극화가 특징이다.
서초·송파 등 핵심 지역에서는 가격보다 물건 부족이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선호 지역은 이미 가격이 아닌 선택 가능한 매물이 없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지역 간 전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매매시장으로 불씨가 옮아 붙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빠르게 추격하면 실수요자들이 ‘차라리 사자’는 판단을 하게 되고, 매매가격 변동성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40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