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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우리가 기다리던 웰메이드 로맨스 ‘경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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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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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를 기다리며>(Jtbc)는 스무 살에 처음 만나 연애와 이별을 반복한 두 사람이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신분 차이, 기업 오너 집안의 상속 분쟁, 불치병, 연예부 기자, 걸치는 건 뭐든 이슈가 되는 부잣집 상속녀 등 뻔하고 허황된 설정이 한가득임에도 전혀 뻔하고 허황되지 않다는 게 이 드라마의 놀라운 점이다. 적어도 초반 분위기는 그렇다.


이 작품에는 설정의 진부함을 상쇄하는 핍진성이 있다. 상황은 드라마틱하되 인물들의 반응은 현실적이다. 대사는 인물들의 성격, 교육 수준, 직업, 관계성을 생생하게 반영한다. 현대 한국인의 입말을 잘 살리면서 유머와 서정을 놓지 않았다. 연기 앙상블도 편안하다. 보고 있자면 작가의 이름이 궁금해진다. 대본은 드라마 <서른, 아홉>과 <신성한, 이혼>의 유영아 작가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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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를 기다리며>는 신문사 연예부 차장 이경도(박서준)가 어느 기업인과 배우의 불륜 스캔들을 보도하면서 시작된다. 그 기업인은 경도의 첫사랑 서지우(원지안)와 결혼한 사이다. 이후 서지우가 경도를 찾아와 “덕분에 이혼했다”며 경도를 떠보고,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새로운 스캔들로 번지고, 경도가 해명 기사를 기획하면서 주인공들의 인연이 재점화된다. 경도는 추억에 잠긴다. 

“어렸어. 순수했고. 진정성 있었어.” 서른여덟 이경도는 스무 살 이경도와 서지우의 연애를 그렇게 남 일처럼 말한다. 드라마는 그 어리고 순수하고 진정성 있던 시절을 노스탤직하게 그려낸다. 그들은 대학 연극 동아리를 기웃대다가 만났다. 지우는 처음부터 짓궂은 언변으로 경도를 쩔쩔매게 만들었다. 경도는 툴툴대면서도 매번 지우에게 져주었다. 그들은 동아리방과 멤버들의 자취방을 옮겨 다니며 혼숙을 하고, 술을 퍼마시고, 여행을 다니고, 캠퍼스 잔디밭을 뒹굴며 성적인 농담을 나누고, 떡볶이와 돈가스 때문에 싸웠다. 그 시절에만 밉지 않게 보일 수 있는 치기, 방종, 자유, 자기 연민, 자존심과 로맨스의 충돌 따위를 이들은 실컷 경험하고, 서로 목격하고, 공유했다. 이 대목에서 드라마의 감성은 지우와 경도가 이어폰으로 함께 듣는 성시경의 노래 ‘두 사람’과 통한다. 연애라는 결계 속에서 느끼는 아늑함과 왠지 모를 불안, 서글픔 따위를 섬세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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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첫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다. 부잣집 딸인 지우는 경도와 사귀다가 말도 없이 유학을 가버렸다. 그들은 스물여덟 즈음에 또 한 번 사귀고 이별했다. 첫 이별 때는 울고 말았지만 두 번째 이별 때 경도는 완전히 무너졌다. 알코올중독에 빠져 폐인이 되다시피 했고, 회복에 긴 시간이 걸렸다. 경도 주변인들은 이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지만 그와 지우의 재회를 조마조마한 얼굴로 지켜본다. 드라마도 그들의 두 번째 연애를 얘기할 때는 뜸을 들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지우와 경도의 습성으로 대강의 내막을 짐작할 수 있다.

지우는 경도 앞에서 늘 센 척한다. 욕쟁이, 반항아 행세다. 그러나 정작 자기를 미워하고 통제하는 어머니, 그 어머니가 짝지어준 난봉꾼 남편 앞에서는 경도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 맞은 강아지처럼 떨기만 한다. 기껏해야 현실을 팽개치고 더 나쁜 현실로 도피하기, 술 마시기 같은 자학이 전부다. 경도는 순하고 충직한 남자다. 말로는 끝났다고 하면서 지우가 곤경에 처하면 외면하지 못한다. 제목 ‘경도를 기다리며’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패러디다. 경도가 대학 시절 준비하던 연극의 제목이고, ‘고도는 기다려도 안 오지만 경도는 온다’는 약속의 매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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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의 둘을 다시 이어주는 건 지우를 아끼는 언니 서지연(이엘)이다. 지우는 한국을 떠나려 하고 있다. 지연은 경도를 찾아와 자기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는데 이대로라면 어머니와 남편이 회사를 가로채고 지우를 빈털터리로 만들 거라고 한다. 가뜩이나 우울증, 공황장애로 정신과 약을 달고 살고, 알코올중독 증세까지 있는 동생에게 자기 병을 말할 수 없었던 서지연은 경도에게 지우를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지우와 경도의 연애 3회차가 시작된다. 이들에게는 과거의 기억, 지우의 복잡한 가정사, 지우 주변인들의 견제, 경도 주변의 우려 등 여러 장애가 남아 있다.

박서준과 원지안은 설레는 화학작용을 보여준다. 그들은 기싸움을 가장한 플러팅, 서운함을 감추려는 허세, 불쑥 튀어나오는 진심, 이별의 아픔, 방황, 사연 담긴 눈빛과 불가항력의 스킨십을 깔끔하게 표현하면서 대리 연애의 완벽한 수행자가 되어준다.

웰메이드 로맨스가 고팠던 시청자라면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https://www.vogue.co.kr/?p=73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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