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전문직 3대장도 취업 한파 직격탄
인문계 취업난이 날로 극심해지면서 이른바 ‘문과 전문직 3대장’이라 불리는 자격증(변호사·회계사·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청년들마저 ‘취업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매년 합격자가 일정 규모로 꾸준히 배출되다 보니 공급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데다 신입이 맡던 업무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올해 9월 회계사 시험 합격자 1,200명 가운데 10월 말까지 수습 기관을 배정받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는 443명(39.6%)에 달한다. 군에 입대하거나 학교로 돌아가 구직하지 않는 인원을 제외한 숫자다. 미지정 회계사 문제가 심각해지자 금융위원회는 실무 수습 규제 완화, 기관 확대 등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수습 기간이 6개월로 비교적 짧은 세무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무법인이나 세무사무소에서 수습 자리를 얻지 못하면 공공기관인 세무서에서 교육받아도 되지만, 수습 기간은 ‘무급’이라 선호도가 떨어진다. 또 주로 민원 대응 부서에 투입되는 탓에 업무 역량을 쌓기도 어려워 향후 취업을 할 때 불리하다. 수습세무사 김모(28)씨는 “세무법인과 세무사무소에 130곳 넘게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며 “계속 탈락하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세무서라도 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제는 변호사 자격증도 취업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1,744명 중 대형 로펌(260명)에 취업하거나 신임 검사(90명), 법원 재판연구원(143명)으로 임용된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나머지 1,251명은 중소형 로펌이나 기업 법무팀을 택하는데,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연수를 받으며 ‘취준 생활’을 이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올해 소규모 사단법인에 취업한 정모(27)씨는 “학생 때 원하던 업무는 아니지만 취업난을 생각하면 출퇴근하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합격자 수 조정 요구까지… 취업난 해소 대책 찾아야
업계에선 필요 인력이 갈수록 주는 만큼 합격자 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혁주 변협 대변인은 “그동안 신입들이 도맡았던 소장 초안 작성, 법리 검토, 판례 찾기를 AI가 대신하면서 수습 변호사를 찾는 수요가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진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4대 회계법인이 회계·정산 자료 대조 등을 수행하는 AI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신입 일자리가 축소됐다”며 “수요에 맞춰 인원을 선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전문직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2023년에서 지난해로 넘어가며 1차 시험 지원자 수는 △변호사 11.7%(1만7,360명→1만9,400명) △회계사 6.1%(1만5,940명→1만6,910명) △세무사 33.5%(1만6,817명→2만2,455명)가량 각각 증가했다. 올해 지원자 수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격증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낫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하다)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취업이 어려운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동아줄 잡는 심경으로 전문직 시험에 몰리는 것”이라며 “시대 변화에 따른 취업난을 사회적으로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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